아파트 커뮤니티 요가 교실에 등록했다. 멀지 않은 거리에 커뮤니티가 있음에도 발걸음은 쉽지 않았다. 이사와 7년 동안 스무날은 갔으려나...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지' 앵글이의 성화에 못 이겨 월, 수, 금 오전 9시면 집을 나선다. 마음은 있어도 주 3회를 성실하게 출석할 자신이 없어 미루고 미뤘던 요가 교실이다. 딸과 함께가 아니라면 쉬 나서지 않았을 거다. 유난히 운동에 게으른 나를 움직이게 하는 앵글이다.
50분 요가 수업을 마치며,
"엄마, 뭔가 좀 부족한 거 같지 않아?"
"뭐가?"
"운동을 한 것도 아니고 안 한 것도 아닌 그런 느낌이랄까?"
"난, 힘든데...??"
"뭐가 힘들어. 동네 한 바퀴 돌까?"
"괜찮은데..."
"엄마, 건강하게 나이 들려면 운동을 해야 해."
어느새 잔소리쟁이가 된 앵글이에게 이끌려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데,
"오랜만에 우리, 호수공원 돌까?"
"동네 한 바퀴라며...!"
"ㅎㅎㅎㅎ 그냥 조금 더 걸어~"
동네 한 바퀴가 2시간이 되었지만 앵글이의 수다를 듣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아침 운동과 산책을 하고 나니 점심시간이 되었다. 앵글이가 좋아하는 브런치빈에서 양껏 시켰다. 엄마 찬스의 좋은 점은 역시 든든한 주머니가 아닐까 싶다.
"난, 엄마랑 노는 게 제일 좋아."
"당연히 좋겠지. 마르지 않는 지갑 같은 건가?"
"ㅎㅎ 내가 자본주의의 노예라서...ㅎㅎㅎ"
앵글이가 시간이 많아지면서 함께 할 수 있는 것도 늘었다. 친구 모임보다 앵글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대화의 내용, 먹는 음식, 나들이 장소 같은 것들도 앵글이에게 맞춰지면서 같이 젊어지는 기분이다. 사치 중 끝판왕이 '딸 키우기'라더니 정말 그렇다.
양껏 부려도 기분 좋은 사치, 딸과 함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