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운 주말 오전,
느지막이 아침을 챙겨 식탁에 앉았다. 오늘 식단은 계란, 슬라이스햄, 치즈 두장을 얹은 프랜치토스트와 얼마 전 만든 콩포트로 딸기 에이드를 곁들였다. 버터 녹여 노릇하게 구운 식빵은 그대로 먹어도 맛나다. 속재료가 어떤 게 들어갔는지에 따라 다른 맛을 내는데 우리 가족은 드레싱을 즐기지 않아 있는 그대로의 식재료를 얹어서 내어준다. 한 입 크게 베어무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아래층 동생이다.
"언니, 뭐 해?"
"뭐 안 해..."
"뭘 뭐 안 해~ 맨날 뭐 안 한대... ㅎㅎㅎㅎ"
"특별히 하는 일은 없어. 간단하게 아침 먹는 중..."
"그게 뭐 하는 거지..."
"그런가?? ㅎㅎ 근데 왜?"
주말에 전화를 잘 안 하는 동생의 연락은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 됐다.
"아니, 울 아들이 숙제를 지금 말하는 거야. 이웃을 만나서 인터뷰를 하는 건데 그걸 이제 말하면 어떡하자는 건지... 아침부터 주안한테 잔소리 폭탄을 날렸다니까? 누가 좋을까 생각하는데 형부가 딱 생각이 났네?"
"무슨 인터뷰인데?"
"이웃을 만나서 직업에 대해 묻는 건데 그냥 간단하게 대답해 줘도 돼."
"그럼 올라와..."
남편의 동의도 없이 덜컥 인터뷰에 응했다. '꼭 사고를 쳐놓고 뒤늦게 현타가 오는 넌 뭐니!!!' 내면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렇지만 해 주기로 했으니 설득 모드 돌입!
"여보~ 주안이가 숙제를 해야 한다는데 당신 도움이 필요하대."
"내가? 주안이 숙제를??"
"응. 직업에 대해서 알아보는 건데 인터뷰를 해야 한다네? 혹시 알아? 주안이가 미래에 건축사를 꿈꾸게 될지..."
"올라오라고 해. 숙제인데 해줘야지 어떡해..."
생각보다 수월하게 넙죽 대답하는 남편이 오늘따라 더 고맙다. 그렇게 받아 든 활동지를 받아 들고 남편은 한참을 고심해 정성껏 답변을 적어 넣었다. 아이가 알아볼 수 있도록 또박또박 적어준 활동지를 보니 미소가 절로 나왔다.
가족이 하고 있는 일(직업)에 관하여 그 마음까지 들여다보려는 노력은 쉬 하지 않는다. 몇 줄의 내용에서 남편의 노고가 느껴졌다. 삼십 년쯤 하면 그만하고플 수 있을 텐데 간혹 툴툴대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남편이다.
건축사는 건축 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사건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늘 현장 감독을 한다. 완공된 이후에도 하자 부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세월이 흐른 뒤에도 안전사고가 일어났을 때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도 남편이 하는 일이 멋지다고 생각되는 건, 건축을 하고자 찾아오는 건축주들의 마음 때문이다. 많은 직업군 중 건축사가 만나는 사람들은 집을 짓고 분양하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때로는 내가 살고 싶은 집을 꿈꾸며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에게서 얻는 희망에 찬 눈빛과 설렘들이 고스란히 전해져 함께 행복감이 커지는 것 같다. 만나는 사람에게서 건강한 에너지가 전해오니 덩달아 시너지가 발생된다. 그런 긍정적 메시지는 사람의 성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의사는 아픈 사람을, 판검변호사는 힘든 사람을, 경찰 소방관들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주로 마주한다면 건축사는 내일이라는 희망을 품은 사람들을 마주하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남편의 직업을 동경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와 다른 면을 가진 사람'에게 끌리는 것은 '잘 몰라서'가 아닐까? 궁금하다 생각되는 호기심은 상대를 더 알고 싶은 마음을 갖도록 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여전히 남편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