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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Jul 18. 2021

갬성동화 "나무야, 고마워"

동시 [나무]의 속편 "내어주고 거두지 않는 나무"

동글이의 등교 길에 허리가 굽은 소나무가 있네요.

"나무야~ 넌 왜 땅을 보고 있니?"

"응~ 나는 학교 가는 너에게 인사하는 거야."

"그렇구나. 그럼 나도 매일매일 인사해줄게. 나무야 안녕? 좋은 아침이야."


언덕을 넘어가니 잎이 무성한 벚나무가 허리를 곧추 세우고 의기양양 버티고 있어요.

"나무야~ 넌 왜 그렇게 벌떡 일어섰니?"

"응~ 난 네가 지나가는 길에 햇볕이 너무 강해서 그늘을 만들어 주는 거야."

"그렇구나. 그럼 나도 지나갈 때마다 잠시 멈춰서 네 그늘에 쉬었다 갈게. 나무야 고마워~"


신호등 옆에는 아름드리 플라타너스가 바람 따라 살랑살랑 흔들리네요.

"나무야~ 넌 왜 계속 나뭇잎을 흔들고 있니?"

"응~ 난 네가 잠깐 멈춰 있는 횡단보도에서 심심할까 봐 춤을 추고 있는 거야."

"그렇구나. 그럼 네가 혼자 춤을 추는 게 부끄럽지 않도록 같이 춤을 춰 줄게. 나무야 재미있었어."


교문을 지나니 빨갛게 익은 보리수가 너무 많이 열려 나뭇가지가 땅에 닿으려 하네요.

"나무야~ 넌 왜 붉은 열매를 계속 들고 있니?"

"응~ 난 네가 친구들과 함께 보리수 열매를 따러올 것을 생각하며 기다리는 거야."

"그렇구나. 작년에 엄마랑 보리수로 맛있는 청을 만들었었어. 덕분에 기침도 안 하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 나무야 정말 고마워."


현관에서 나무 의자가 기다리고 있네요.

"나무야~넌 의자가 된 것이 슬프진 않니?"

"응~ 괜찮아. 나는 네가 실내화를 편히 갈아 신으라고 나무의자가 된 거야."

"그렇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서서 신느라 힘들었어.  앉아서 신으니까 편하고 좋아. 나무야 고마워."


교실에 들어가려니 나무 문이 갈 길을 막아섰어요.

"나무야, 내가 들어갈 수 있게 문을 열어 주겠니?"

"응~ 안 그래도 네가 올 시간이 되어 기다리고 있었어."

"그렇구나. 열었다 닫았다 수 없이 반복하느라 힘들지? 덕분에 덥지도 춥지도 않아. 나무야 고마워.


교실에 들어가 자리에 앉으려니 책상과 의자가 기다리고 있어요.

"나무야, 내가 앉아도 되겠니?"

"그럼, 네가 편히 앉을 수 있게 높이도 조절 해 놨는걸."

"그렇구나. 어쩐지 앉을 때마다 너무 편하다고 생각했어. 나무야 고마워."

"나무야, 책을 놓아도 되겠니?"

"그럼, 네가 책을 놓을 수 있게 반짝반짝 닦아 놓았는 걸."

"그렇구나. 앞으로는 더 깨끗하게 사용할게. 나무야 고마워."


나무야, 친구가 되어줘서
정말 정말 고마워.






동글이의 주문으로 동화를 썼어요. 아침에 일어난 동글이에게 읽어주니 등굣길 풍경이 떠오르나 봐요. 싱긋이 웃으며 엄마의 구연동화를 잘 들어주네요. 합격도장 꾹 받고 올려봅니다. 동화가 있는 아침이 싱그럽네요.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의 마음도 싱그러왔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출처: 픽사 베이




동시. [나무]

https://brunch.co.kr/@psa050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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