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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 살면 삶이 길어진다

인정하기 싫지만 시리즈 3편

by 할때하자 Mar 2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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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 오늘날 대한민국의 평균 수명은 83.8세다. 아마 자기 관리를 충실히 하는 20~30대라면 대략 90세까지는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갑자기 수명 이야기를 왜 하냐고? 문득 삶에서 내 의지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하다가 깨달은 바가 있기 때문이다.

  앞선 '인정하기 싫지만 시리즈 2편'(바로가기)에서 극단적 직주근접이 심리적 퇴근을 더 어렵게 한다는 말과 함께 적절한 직주분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 이번 글에서는 직주근접의 장점을 알아보고자 한다.




  하루 24시간 중 우리가 자유롭게 쓰는 시간은 몇 시간이나 될까? 나는 보통 하루 7시간 정도 자니 깨어있는 시간은 17시간이다. 여기에 회사에서 보내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총 9시간은 내 의지로 보내는 시간이 아니니 제외하자. 그럼 8시간이 남는다. 벌써 하루의 2/3가 날아갔다.

  좀 더 발라내 보자. 생리적 욕구를 해소하는 시간(아침식사, 저녁식사, 화장실 가는 시간 등)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하루 1시간이다. 여기에 출근 준비에 사용하는 시간도 있다. 최소 30분이다. 여기까지 공제하면 6시간 30분이 남는다. 

하루 전체 24시간 중...
- 수면시간 7시간
- 회사감금 9시간 (점심 1시간 포함)
- 생리활동 1시간
- 출근준비 0.5시간
 = 잔여시간 6.5시간

여기까지는 누구나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이제 개인차가 큰 항목을 따져봐야 한다. 바로 통근시간이다. (몹시 우울해질 수 있으니 야근시간은 이번 글에서 다루지 않도록 한다)


  서울시 도시교통실(2022)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평균 통근시간은 편도 44.5분이다. 2020년 국토부 보도자료에 따를 때에도 서울시내 평균 통근시간은 편도 47분으로 조사되었다. 웬걸, 이 정도면 양반이다. 서울-경기, 서울-인천을 오갈 때에는 편도 90분 정도(왕복 3시간!)가 소요되고 있다.


출처 : 국토교통부 보도자료출처 :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참고로, 이 글의 취지는 어디까지나 서울에 살지 못하는 설움을 풀기 위한 정신승리에 있으므로 경기도/인천은 제외하고 오직 서울에서 일하는 서울사람들만을 비교대상으로 삼고자 한다.

       

  세종시에 살면 통근시간이 얼마나 소요될까? 인정하기 싫지만, 통근에 있어서 만큼은 세종이 서울보다 낫다. 세종시의 통근시간을 말하고 나면 욕할 기회가 없을 것 같으니 먼저 욕부터 퍼붓고 가겠다. (2편에서도 욕했었는데 아직 분이 풀리지 않는다 쒸익쒸익) 세종시에는 주제파악을 못하는 도로가 하나 있는데, 바로 '한누리대로'다. 차라리 '내맘대로'라든지 '니멋대로'라고 지었다면 그러려니 싶었을 텐데, 한누리대로라니. 2편에서 언급했지만 이름과 달리 왕복 4차선에 불과한 '소로'다.


세종시는 동서로 뻗은 가름로와 남북으로 뻗은 한누리소로가 메인 도로다 (이놈의 한누리소로는 어느 빡탱구리가 만들었는지.. 죽을 때까지 교통체증에 시달리기를 바란다)세종시는 동서로 뻗은 가름로와 남북으로 뻗은 한누리소로가 메인 도로다 (이놈의 한누리소로는 어느 빡탱구리가 만들었는지.. 죽을 때까지 교통체증에 시달리기를 바란다)


  세종시는 오송역을 오가는 BRT를 제외하곤 대중교통이 아직 발달하지 못해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가용 혹은 자전거, 도보로 출근한다. 도로가 좁고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관계로 세종시 역시 러시아워(Rush-hour)의 교통체증이 심각한 수준인데, 그래도 서울에 비할 바는 못 된다.


  나의 경우 청사에서 도보로 30분, 차로 약 7분 거리에 살고 있다. 출퇴근 시간에 교통체증에 시달린다고 해봐야 평소의 2배가 걸릴 뿐이라 출퇴근에 각기 15분 정도가 걸린다. 야근이라도 하는 날이면 퇴근할 즈음 길이 텅텅 비기 때문에 회사부터 집까지 Door to Door 10분이면 충분하다. 서울에서의 출퇴근 시간 90분에 비해 매일 1시간을 세이브할 수 있다. (물론 청사에서 먼 세종시청 부근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딱히 시간 세이브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진정한 의미의 '자유시간'(자유의지를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을 계산해 보자. 앞서 통근시간 제외 일 6시간 30분 정도가 남았다고 했는데, 통근시간을 고려하면 서울에서는 매일 5시간을, 세종에서는 6시간을 자유시간으로 보낼 수 있다. 내 의지대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시간을 진정한 의미의 '삶'(Life보다 Living의 의미에 가깝겠다. 삶보다 살아감이라고 말해야 맞으려나?)이라고 한다면, 세종에서는 서울에 비해 하루 1시간의 '삶'을 더 누릴 수 있다. 


 이제 직장에 다니는 세월을 30년으로 따져 계산해 보자. (주말을 제외하고 주 5일 평일만을 고려한다)

1) 1시간 X 5일 X 52주 = 연 260시간 (약 11일)
2) 260시간 X 30년 = 7,800시간 (약 325일)


  단지 하루 한 시간을 더 얻게 될 뿐인데, 일 년에 11일을, 30년간 약 325일을 더 살게 된다. 잠자거나 밥 먹는 시간이 아니라 '내 의지대로 보내는 시간'을 말이다. 굳이 이렇게 따져 보지 않아도 하루 5시간과 하루 6시간은 20%의 제법 큰 차이가 존재한다.


  내가 서울에 살았다면 <PSAT 원래 이렇게 푸는 거야>를 출간하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테니스를 배우고, 크로스핏을 하고, 짬짬이 러닝도 할 수 있었을까? 아마 어려웠을 것이다. 지금의 소소한 성취와 취미들은 모두 세종시(구 충남 연기군)에 유배되어 무위고(無爲苦)에 시달렸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것들이었다.




  생전 약 500여 권의 책을 남기며 '한자가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책을 저술한 사람'으로 알려진 다산 정약용 선생(1762~1836)도, 18년에 달하는 유배 생활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그만한 업적을 쌓지는 못했으리라. 쓰읍.. 인정하기 싫지만 '삶(Living)'의 측면에서는 세종시가 서울보다 낫다.





 ※ 주의사항 : 삶은 늘어도 생물학적 수명은 줄어들 수 있다. 빈약한 문화 인프라, 답 없는 한누리소로, 지상주차장(아니, 감옥?)처럼 생긴 정부청사, 그 외 말할 수 없는 읍읍.. 등에 시달리다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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