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과 진짜 단 둘이 떠나는 여행
그렇게 아테네에서의 며칠을 보내고, 12월 12일 사촌동생과 나는 아침부터 분주했다. 이탈리아로 가기 위한 짐을 싸기 위해서다. 그리스에서 이탈리아까지는 비행기로 2시간이면 간다. 그런만큼 저가항공사를 이용하면 비행기 값도 저렴하다. 언니는 벌써 두 번이나 다녀왔다고 한다. 그리스에서 지내면서 한 두번은 꼭 다른 국가로 여행을 가야지- 하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탈리아는 사촌동생과 내가 모두 가고 싶어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동생과 단 둘이 가는 여행길이기도 하고, 이탈리아 치안에 대한 안좋은 소문이 많아 떠나기 전부터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그리스에는 언니가 있었지만, 이탈리아에는 언니가 없었다! 공항에 현지시각 저녁 8시 15분에 도착하는데 밤에 숙소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 여행기간 내내 무슨 사고라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별별 걱정이 다 들었다. 20인치 작은 캐리어에 8박 9일간 지낼 짐을 알뜰살뜰 정리하면서, 괜한 걱정들도 함께 정리하려고 노력했다.
오후 2~3시쯤 여유 있게 공항으로 출발했다. 시내에서 공항으로 가는 지하철은 10유로, 버스는 6유로이다. 지하철이 좀 더 비싸지만, 헤맬 걱정이 없을 것 같아 우리는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언니 말에 따르면 공항가는 버스는 지하철 매표소에서 표를 끊은 뒤 다시 올라가,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할 때 손을 흔들어 잡아야 한다고 한다. 얼마 전 구입한 5일짜리 아테네 지하철정기권은 시내전용이기 때문에 공항으로 가는 편의 경우 따로 표를 끊어야한다. 봉사자인지 직원인지 모를 사람들이 매표기계 앞에서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었다. (매표기계 앞에서 당황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집시들이 접근하여 도와주는 척하다가 사기를 치는 경우도 많다고 했는데, 조끼를 입은 사람들은 괜찮은 것 같다!)
그렇게 아테네 시내에서 공항철도를 이용해서 공항으로 이동했다. 생각보다는 공항에 조금 많이 여유 있게 도착해서 간단히 피자도 먹고, 탑승수속을 밟고 무사히 이탈리아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라이언에어)
우리가 이용한 비행기는 유럽의 저가항공사인 라이언에어이다. 그리스-이탈리아 왕복 비행기가 10만원도 안했던 것 같다. 라이언에어는 싼 가격만큼 서비스가 전혀 없다. 기내에서 물 한잔도 주지 않으며, 항공권도 직접 프린트해가지 않으면 벌금을 문다. 또 위탁수화물을 추가하려면 돈을 내야하며 무료 기내수화물 규정도 깐깐한 편이다. 기내수화물의 경우 캐리어가 20*40*55(단위:cm)를 넘으면 돈을 내야하는데, 사실 한국에서 나오는 캐리어는 대부분 확장형이라 이 규정을 충족하지 못한다. 물론 공항마다 깐깐하게 검사하는 경우(로마 공항)도 있고, 아닌 경우(아테네 공항)도 있는데 걸릴 경우 벌금이 50유로이니, 속편하게 위탁수화물을 추가하거나 라이언에어 규격에 맞게 나온 캐리어를 사는 것이 좋다. 비행기 값보다 벌금이 더 큰 경우도 있다!
로마 치암피노 공항에 도착하니 현지시각 8시 15분이었다. 테르미니역으로 가는 버스를 잘 찾을 수 있을까 걱정했었는데, 치암피노 공항은 규모가 작아 길을 헤맬 일이 거의 없었다. 나가자마자 버스 매표소를 바로 찾을 수 있다! 매표소에서 표를 구매하자마자 밖으로 나가 테르미니역으로 가는 공항버스를 탔다. 왕복 8.9유로였다. 버스에 탑승한 뒤, 30분도 되지 않아 숙소가 있는 테르미니역에 도착했다. 일부러 숙소를 테르미니역 바로 근처로 잡은 덕분인지 숙소를 찾는데도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둑어둑한 길이 조금 무섭긴 했지만 말이다. 숙소에 도착해서 침대에 누운 후에야 안도감과 약간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긴장한 탓일까 이동거리는 그렇게 긴 편이 아닌데도 몸이 노곤노곤해, 사촌동생과 나는 바로 씻고 잠이 들었다.
(로마 공항)
로마에는 공항이 피우미치노 공항과 치암피노 공항이 있는데, 둘의 차이는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피우미치노 공항은 규모가 큰 공항이며, 치암피노 공항은 비교적 규모가 작고 저가항공이 주로 이용한다. 테르미니역까지의 거리는 치암피노 공항이 더 가깝다.
(테르미니역)
우리나라의 서울역 같은 곳. 로마 교통의 중심지인만큼, 어느 곳으로 이동하든 이동이 편리한 경우가 많다. 주변에 호텔을 비롯, 한인 민박도 많다.
(올랜다 호텔)
테르미니역 근처에 위치한 호텔. 2성급 호텔이지만 사실 호텔보다는 모텔이나 여관에 가깝다. 도시세를 포함하여 2017년 12월 기준 2인 1박에 5만원 정도를 지불했다. 친절한 편이나 겨울철임에도 불구하고 홑이불을 제공하는 등 침구상태는 썩 좋지 않았다. 온수는 잘 나오나 온도조절이 잘 안되는 편. 테르미니역 근처에 있어 위치는 아주 좋은 편이다. 또 와이파이도 잘 되는편! 금전 사정이 썩 여유롭지는 않은 여행자들에게 추천하는 숙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