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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Nov 11. 2019

스페인 10N 재총선: 극우의 급부상, 중도의 패망

애매한 메시지는 힘을 잃고, 자극적인 선동만이 득세한다

2015년 정기 총선 당시 신흥 정당 두 곳(Unidas Podemos와 Ciudadanos)의 등장으로 분산된 표심에 의해 정부 구성에 실패했던 스페인은 2016년 다시 총선을 실시했고, 중도 우파 성향의 국민당(PP)의 마리아노 라호이(Mariano Rajoy)가 내각 구성에 성공했다.


그러나 중도 좌파 사회노동당(PSOE)이 제출한 탄핵안 가결로 우파 정권은 무너졌고, 임시 총리에 선출된 PSOE의 당 대표 페드로 산체스(Pedro Sánchez)의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며 2019년 4월 세 번째 총선이 치러졌지만, 여기서도 다시 내각 구성이 실패하여 지난 2019년 11월 10일, 네 번째 총선을 치렀다.


앞선 2019년 4월 총선 당시, 다섯 개의 글에 걸쳐 쓴 스페인 정계 상황에 대한 글은 여기에서 볼 수 있다: https://brunch.co.kr/@pseudonysmo/76

이렇게 스페인은 4년 동안 네 번의 총선을 치르게 되었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
상원과 하원 모두에서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한 PSOE
중도 성향의 폭락, 극우의 급부상

지난 4월 총선에서 하원 57석을 차지했던 시민당(Ciudadanos)은 이번 11월 총선에서 10석을 얻는 데 그쳤고, 총선 실패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 알베르 리베라(Albert Rivera)는 사임을 발표했다.


그러나, 중도에서 이탈한 47표의 향방이 더 충격적이다. 극우 정당 Vox가 지난 4월의 24석에서 급상승한 52석을 얻으며 제3정당이 되었으니 이들이 28표를 가져간 셈이고, 중도 우파 PP가 66석에서 88표를 가져갔으니 22표를 얻었다.

결국, 중도 유권자가 모두 우파로 이동했고, 그 중 극우로 이동하는 경향이 더 컸던 셈.
좌파의 약세 속 여전히 정신 못 차리는 산체스

스페인 국립 사회연구소(CIS)의 여론조사를 등에 업고 재선에서 더 큰 승리를 기대했던 기존 집권당 PSOE는 되려 3석이 줄어든 120석을 받아들었다.


또한, 좌파 정당 연합 Unidas Podemos도 연합체 내에 있던 Más Madrid가 독립, 전국을 대상으로 한 Más País로 총선에 참전한 영향으로 7석이 줄어든 35석을 받아들었고, Más País 또한 예상보다 적은 3개 의석을 얻었다. 결국 정통 좌파 진영은 4석이 줄어든 셈.

왜 Más España가 아닌고 하니, España라는 이름은 약간 우파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어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

이런 상황에서, 선거 결과 발표가 나온 뒤 현 집권당 PSOE의 대표 Pedro Sánchez는 ‘유권자들이 우리를 선택했다(Las elecciones nos convocaron)’며 축하의 연설을 했지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
그렇다면 향후 내각 구성은?

비록 절대적 의석 수만 보면 120표를 얻은 PSOE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셈이지만, 과반 내각 구성을 통해 운영되는 스페인의 입법 구조 상 PSOE는 사실상 패배한 셈이다.


지난 4월 총선 대비 좌파에서 7석이 줄어들고, 중도에서 47표가 이탈, 우파에서 50석이 증가한 상황에서, 여전히 좌파 정당 두 곳(PSOE와 Unidas Podemos)만으로는 과반 구성이 불가하다.


여기에 덮친 격으로 그나마 연정 가능성이 있었으나 PSOE당 대표 Pedro Sánchez에 대한 불만으로 틀어져 버린 중도 성향 Ciudadanos당의 폭락으로 좌파/중도 연정도 불가능.


그렇다면 우파는? 두 정당 모두 의석 수는 증가하였으나 과반인 176에는 훨씬 모자란 140석을 보유하게 되어 우파 연합 정부 또한 불가능하다.

그나마의 가능성도 없나?

스페인 언론들은 매번 선거가 끝나면 과반(Mayoría Absoluta) 구성의 가능성을 위해 숫자 계산들을 하기 시작한다. 결국 가능한 과반 구성은,

기존 양대 정당(중도 좌파 PSOE와 중도 우파 PP)의 연합

좌파 정당들(PSOE, Unidas Podemos, Más País)과 중도 성향 Ciudadanos, 카탈루냐 독립을 반대하거나 그에 무관한 지역 정당의 연합

좌파 정당들, 카탈루냐 독립 지지당 및 그에 무관한 지역 정당들의 연합

결국, 꿈에서나 이루어질 법 한 첫 번째 안을 제외하고는 조각들을 죄다 끌어모아야 하는 상황.

결국, 이번 11월 총선으로 있던 가능성마저 사라져, 좌파/우파 그 어느 곳도 내각 구성을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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