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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Dec 22. 2020

인사평가? 인사상담? 그게 뭔데?

사람들이 그만두기 시작했고, 그 자리에 그의 지난 부임지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는 회의 때마다 기존 직원들이 해오던 사업에 있어 새로 들어온 직원에게 조언을 구하라고 닦달했고, 심지어 이전 부임지에 직접 조언을 구하라고도 했다. 그들이 잘 알고 있을 거라며. 대체 무엇을?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아마 앞서 말한 ‘그가 원하는 바’였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는 절대로 목적어를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목적이나 의도는 그가 설명하지 않아도, 설명한 적이 없었어도 직원들이 당연히 알고, 알아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귀신같이 낚아오던 온갖 프로젝트들은 1) 지난 부임지에서 이미 쓴 적이 있거나 2) 지난 부임지에서 한 차례 만난 뒤 커리어를 쌓아 활동을 시작한 사람들이었다. 아직도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은, 우리가 게시한 온라인 홍보물에 그의 예전 부임지에 근무하던 직원이 “오, 내 오랜 친구 OOO!”라고 코멘트를 달았던 순간.

결국 ‘경력’으로 쌓아 올린 데이터베이스를 제외하고 본받을만한 점은 추진력과, 반면교사로 삼을 불통과 아집뿐이었다.

이곳에서 가장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인사평가 결과가 통보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자체 평정을 작성하고 그룹장에게 상신을 한 뒤에 나는 그가 나의 업무를 어떻게 평가했는지를 절대 알 수 없었다. 내가 한 해 동안 했던 일들에 대한 평가를 알지 못한 채 다음 해를 맞이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지나간 해를 정확히 결론짓지 못한 채 새로운 해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보다도, 나 자신을 점검하고 더 발전시킬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이 점이 정확하게 ‘발전’에 대한 이 집단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 집단은 ‘발전’을 하고자 하는 의지 자체가 없었다. 연말/연초에 모든 직원이 모인 회의에서도 객관적인 평가와 목표 설정보다는 자위에 가까운 주관적 칭찬과 비난, 그리고 두루뭉술한 계획이 난립했다.

결국 나도, 떠날 마음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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