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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Jan 02. 2021

위기의 민주주의: 룰라부터 탄핵까지(2019)

장기 집권해  독재세력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세대의 불평등을 극복하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도전한 사람이 있다. 그는 평등을 울부짖고, 해묵은 부패를 청산할 것을 약속했으며, 모두가 행복하게 성장할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정권을 잡는 과정에서 기존 세력과의 연정을 선택했고, 그동안 이어져왔던 관습을 답습했으며, 어느새 자신도  체제의 일부가 되어버렸음을 인식하지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는 시대가 바뀌고 있음과 변화의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뚜렷하게 조직을 이루고 세력을 갖추어 서로를 견제하던 정치 콜로세움의 벽은 무너져버렸고, 거대한 들판에서 그가 맞닥트린 대중은 뚜렷한 소속감이 없는 상태로 구름처럼 그의 세력을 옥죄어 들어왔다.

좌파가 우파에 도전하고 체제 전복을 성취했던 순간은 이미 과거에 불과하다. 좌파 세력은 어느덧 새로운 기득권 층으로 지목되었고, 그들은 대중이라는, 거대하지만 그 정체가 모호한 집단을 맞닥트리게 되었다. 그들이 가진 가장 큰 무기인 '대중과의 친밀도'는 기득권의 위치에 오르며 잃어버린 지 오래이고, 또 다른 무기인 '정직함' 또한 기득권 체제를 완전히 붕괴시키지 못한 순간 무뎌진 칼날이 되어버렸다.

새롭게 도전자의 위치에 놓인 구세력들이 가진 큰 무기는 대중이라는 들판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짜내는 프레이밍 능력이었다. 그들은 선동과 조작에 능했고, 오랫동안 군림하며 대중이라는 구름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조각했다.

동시대 그 어떠한 정치지도자보다도 높은 지지율을 자랑했지만, 이제는 각종 비리 혐의에 연루되어 투옥된 브라질 전 대통령 룰라의 이야기를 담은 이 다큐멘터리는, 비단 브라질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미국의 이야기이기도 하며, 스페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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