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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Mar 11. 2021

나는 왜 이 길에서 일하게 되었나.

문화행정분야에서 일하게 된 계기

할 수 있는 자는 행한다; 하지 못하는 자는 가르친다
(Those who can, do; those who can't, teach)

실제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그 분야에서 일을 하고, 그 정도의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은 변두리에서 그 능력을 가르친다는 이야기. 세상에 없던 것을 새롭게 창조하고 세밀하게 표현하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자신 또는 누군가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것을 만들어내고 사람들 앞에 선보이고 평가받는 것에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가. 나는 그러한 용기도 없거니와, 세밀하고 기민하게 만들어낸 예술적 창조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재능은 없는 사람이었다.

나는 차라리 이미 만들어진 새로운 것들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데 더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었다.

세상에 등장하는 다양한 형태의 예술작품과 표현들을 관찰하고 내 나름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즐거웠고 그것은 쌓이고 쌓여 나만의 관점과 시선이 되었다. 또한, 과정과 틀을 짜고 긴밀하게 조율하는데 더 관심을 가졌다. 예술인들이 무언가를 무대에 올리고 사람들 앞에 선보이는 과정이 빈틈없이 매끄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동선을 만들고, 거대한 공연을 구성하는 기술자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이어주는 데서 쾌감을 느꼈다.

나는 사회가 어떻게 움직이고 그 안의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스페인에서 근무할 때도 우리와는 판이하게 다른 그들의 정치가 어떻게 구조화되어 있고 그들이 의사결정을 어떻게 하는지가 너무 흥미로웠고, 산업으로서의 문화 분야가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고 그 수익이 어떻게 섹터 내의 플레이어들에게 돌아가는지가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일찌감치 문화 산업의 메인 스테이지에서 내 자리를 찾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고, 메인 스테이지의 변두리에서 그들이 매끄럽게 표현해내는 것을 돕고, 문화산업이라는 거대한 틀을 견고하게 짜내는 길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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