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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Apr 25. 2021

예술의 가치평가라는 난제.

몇 주 전부터 예술계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 'NFT'다. 'Nonfungible Token'의 약자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했네 거창하게 말이 많지만 결국 핵심은 미술품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으로써의 가능성 같아 보인다. 뉴욕타임스에서도 이에 관한 여러 가지 기사를 연달아 내고 있고, 심지어 한 기자는 NFT에 대한 자신의 칼럼을 캡처한 JPG 파일을 경매에 올려서 56만 불에 팔았다고도 한다.

일련의 상황들을 보고 있으면 다시금 예술이라는 것이 얼마나 이해하기 어려운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든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예술에 대한 평가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에 대한 생각도 들고.

사업의 형식을 막론하고 항상 예술을 평가하고 선택하는 입장에 놓인다.
공공영역에서 요구하는 '공정한 선택과 평가'는 항상 예술적 가치와 충돌한다.

누군가는 숭고한 예술의 가치를 논하며 각각의 작가가 이룬 독자적인 방향의 예술적 성취를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물론, 그중 몇몇 분들은 여기서의 '예술적 성취'의 범위를 좁게 바라보는 경향이 있기도 하지만. (정도는 다르더라도) 예술을 사랑하고 많은 작품이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소비되기를 바라는 실무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공감이 되는 말이다.

하지만 행정가의 입장에서는 가용한 재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 우선적으로 떠오른다. 물론 산술적 평등을 생각하며 지원한 사람 모두에게 1/N으로 지급하는 것도 가능하고 보편적 복지 제도에 있어서는 훌륭한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정책의 목표가 선택적 집중을 통해 산업 전반에 방향을 제시하고 사회에 신호를 주는 것일 경우, 재원을 공평하게 모두가 나눠가지게 됨으로써 정책의 효과가 되려 반감되어 그 누구도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냉정하게 재원이 많지 않기에 선택받은 일부만 수혜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일 수도 있고,
유독 문화예술계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선별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선택의 기준이 명확해도, 평가의 내용은 결국 가변적이기에.

행사에 참가하는 팀을 선택하고 초청한다고 가정해보자, 각기 다른 여러 가지 팀을 선정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행사를 찾는 주 관객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가, 행사의 목적에 가장 잘 부합하는 작품인가, 그리고 프로덕션 비용과 초청비가 경제적인가(....)까지. 이렇게 많은 기준들에 다양한 비중을 두고 선별을 시작한다면 가장 명확하게 계량화가 가능한 항목은 맨 마지막 항목뿐이다. 앞선 행사에서 받은 관객들의 피드백을 활용한다 해도 각각의 작품은 다르고 그 사이의 유사성을 가늠하는 것과, 행사의 목적을 이해하고 그에 기반한 평가를 내리는 것은 각기 다른 평가자들의 머릿속에 있는 수치화할 수 없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평가는 정량평가와 정성평가가 서로를 보완하며 이루어진다. 하다못해 사람을 하나 뽑을 때도 면접을 보니까. 하지만 예술작품들에 대한 정성평가의 가이드라인은 문장 하나로 간결하게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그래서도 안되기에, 유독 판단과 비교의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 과정이 고통스러운 것 같다.

'아름다움은 감상자의 눈 속에 있다(Beauty is in the eye of the beholder)'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선을 찾는 것

미술계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위작과 출처 논란에 대한 해답으로 제시된 NFT지만, 작품에 대한 추적과 관리에 있어 논쟁의 여지가 없는 기준이 생긴다는 것은 흥미롭다. 물질성이 낮으며 구성요소가 많은 공연예술과 다양한 편집 가능성이 존재하는 영상예술, 그리고 그 이외의 다양한 예술작품들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들고, 본질적으로 객관화와 계량화가 불가능한 속성이 핵심인 대상에 대해 이렇게 납작한 정의가 도입되는 것이 맞을가에 대한 의문도 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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