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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Aug 20. 2022

전 직장 동기의 해외 발령.

퇴근 시간이 되어 업무용 폰을 가방에 넣고, 개인 폰을 충전독에서 꺼내 켜보니 카카오톡에 300이라는 숫자가 떠 있었다. 열어보니 항상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카톡방 두서 개에 다양한 잡담들이 올라와 있었고, 마지막 남은 숫자를 지우고 퇴근할 채비를 하려던 차에 대화의 심해에서 오래간만에 올라온 단톡방을 발견했다.

이제는 간간히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1년에 한 번 정도 만나는 나의 첫 회사, 같은 사업실에서 일하던 동기들이 있는 카톡방이었다. 갑자기 서로를 축하하고 고마워하는 대화가 있어 무슨 일인가 물어보니, 주재원 발령을 받아 각기 다른 나라로 떠나게 되었단다. 축하한다 인사를 건네고 떠나기 전에 한 번 보자고 메시지를 남긴 뒤 회사를 나섰다.

유독 많은 수의 신입사원 수로 사내에서 주목을 받았던 나의 동기들. 첫 해에는 복사기의 위치부터 회사 근처 좋은 회식 장소까지 다양한 구조 요청 신호가 끊임없이 울리던 카톡방 여러 개가 있었다. 어엿한 선배, 대리들이 되어가며 카톡방들은 경력만큼의 무게를 짊어진 채 가라앉았고 이윽고 퇴사를 하며 나는 카톡방 한 개만을 남겨두고 작별을 고했다. 그룹사 교육에서 남다른 빼어남으로 서로를 자랑스러워했던 동기들은 어느새 인스타그램 피드를 쓸어 넘기며 무표정하게 탭 두 번 뒤 넘어가는 화면 속 사진이 되어버렸다.

집으로 가는 지하철 내내 친구들의 해외 발령을 곱씹었다. 물론 다음날 일어나서는 차곡차곡 접어 서랍에 넣은 채 계속 지냈었지만. 제일 먼저 해외 발령을 받은 친구도 아닌데 이상하리만치 이번만큼은 생각이 쉽게 떠나지 않았고 대체 왜 이런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따지고 보면 제일 먼저 해외로 떠나게 된 것은 나였다. 회사를 옮기게 되면서 해외 사무소에서 채용하는 인력으로 근무를 하게 되었으니까.

물론 친구들의 근무 조건이 당시 나의 조건보다 월등하게 좋은 탓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떠오르는 생각은 감정으로 발전되지 않는, 막연한 생각에 불과했다. 분명히 그 회사에서 내가 계속 다니면서 견디는 선택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고, 그 이후로 이어진 결정과 현재 나의 상황에 대해 불만족스럽기는커녕 만족스러운 타협점임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으니까. 다만, 인스타그램 속 화면이 아니라 계속해서 서로의 삶을 보다 더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게 되었기 때문에 다소 더 밀접하게 느꼈던 것이 아닐까.

같은 곳에서 뻗어 나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이제는 같은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아니라 같은 회사에 근무했던 사람들이 다른 선택과 삶으로 나아가는 모습 또한 보는 시점에 도착한 것 같다. 보다 더 다양한 방향을 보게 되지만 한 편으로는 먼발치에서 피상적으로만 바라보게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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