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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Sep 30. 2018

제 66회 산세바스티안 영화제(1) - 예매 지옥

공짜 개막식 갈라 티켓에 혹한 우둔한 자의 최후....

8월 말에 에든버러를 다녀온 직후라, 생활비 사정이 그리 좋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세바스티안 영화제를 꾸역꾸역 가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에 개막식 갈라 티켓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도 가본 적 없는 영화제 개막식 티켓이라니! 심지어 이 티켓값이 거의 70유로에 달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 티켓을 썩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기필코 가리라 결심한 것이 9월 초의 일이다.

심지어 지정좌석이 아니라서 혼자라는 이유로 사람들 사이에 애매하게 남아있던 앞쪽 한 자리에 앉는 행운이!!

한국에선 영화제 개막 보름 전이면 이미 티켓은 모두 오픈이 되어 다 동났을 시점이기에, 현장에서 풀리는 표를 어디서 언제 구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려 영화제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그런데, 영화제 홈페이지 그 어떤 곳에도 상영일정표가 없다. 처음엔 내가 스페인 홈페이지에 익숙치 않아서 그런가 모든 메뉴를 훑었는데, 상영일정표도 없을 뿐더러 개막/폐막 갈라를 제외한 입장권 판매 링크도 없는 게 아닌가. 뭔가 이상해서 “Ticket Information” 페이지를 들어가보니 이렇게 괴어 있다.

영화제 전체 상영일정은 9/13일에 공개되며, 일반 상영회차 티켓은 9/16일 오전 10시에 오픈됩니다.

영화제 개막일은 9월 21일인데....

아무튼, 아직 갈 수는 있다는 의미이기에, 숙소와 기차를 먼저 예매하기로 한다. 역시 영화제 직전이라 에어비엔비 1인실은 하루에 150 유로를 훌쩍 넘고, 내가 계획한 일정 내의 기차는 이미 매진된 상태. 하는 수 없이 몇 년만에 호스텔 도미토리를 선택하고, 교통수단은 고속버스를 타기로 했다. 불행 중 다행인지 마드리드-산세바스티안 구간은 중간 기착지가 한 곳 뿐이었다.


그리고 문제의 9월 16일. 한국의 영화제 예매시스템은 1) 개별 상영회차에 예매코드라는 것이 배정되어 있어서 수강신청하듯 빠르게 결정해서 오픈하자마자 사라지는 티켓들에 대한 2차, 3차 백업플랜 대응이 빠르고, 2) 예매권이라는 것이 있어서 8개 티켓 값으로 10편을 예매한다거나 하는 게 가능하다. 예매권 일련번호가 있어서 결제가 빠르기도 하고.


그.런.데. 금번 영화제 예매를 하면서 충격받은 건.

1) 일단 일반 상영회 티켓이 7.9유로이다. 거의 만 원에 육박하고, 무슨 공로상 수여식 같은 행사라도 끼어있다면 곧장 15유로까지 티켓값이 치솟는다.

처음엔, ‘나름 트래픽 폭주 대응을 하는구나, 역시 꼴에 유럽국가인가’ 하는 생각을 하기는 했으나.....

2) 난데없이 ‘디지털 대기열’이라는 게 생긴다. 서버가 다운되는 걸 막기 위한 것이라는데, 문제는 화면에 뜬 카운트다운이 끝나면 예매페이지로 자동 리디렉션이 되질 않고 시간이 다시 차오르고....화면에는 ‘새로고침을 하지 마시오’라고 되어 있고, 어쩌란 것인가.

3) 그리고 가장 큰 문제. 원하는 상영회차를 선택하기까지 총 세 번의 페이지로드를 견뎌야 하는데, 심지어 그 순서가 “작품 - 상영관 - 날짜/시간’ 순이다. 반드시 이 순서로 선택해야 하며 날짜가 다른 경우 다시 뒤로 돌아가서 내가 원하는 날짜의 상영관을 골라야 한다. 예매코드? 그런 거 없다.

4) 게다가 프레스 스크리닝이 상영시간표에는 있지만 일반 관객은 에매할 수 없다. 이건 뭐 당연한 얘기지만.


우여곡절 끝에 원하는 상영회차 중 일부는 고르긴 했는데....확실히 이상한 시스템이었던 것은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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