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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Jul 29. 2019

스페인은 어쩌다 1년 동안 정치적 혼돈에 빠졌나 (5)

PSOE/Podemos 사이의 기나긴 평행선

총선거 이후 의회는 국왕이 지명한 대통령 후보에 대한 지지 여부를 묻는 투표를 거치게 된다. 통상적으로는 최다 득표를 얻은 당의 대표를 지명하기 때문에 PSOE의 페드로 산체스가 후보가 되었다.


후보자에게는 두 번의 기회가 주어지는데, 첫 번째 투표에서는 과반(mayoría absoluta)을 얻어야 하며 실패 시 두 번째 투표에서 단순 최다 득표(mayoría simple)를 얻어야 한다.


총 350명으로 구성된 스페인 의회의 과반은 176명이고, 확실하게 PSOE에 대한 반대를 표명한 PP/Cs/Vox의 의석 수 총합은 147석이었다.

PSOE의 의석수는 공교롭게도
PP/Cs당의 의석수 총합과 동일한 123석.

결국 PSOE는 최다 득표를 얻었음에도 혼자의 힘으로 정부를 장악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두 번째 단순 최다 득표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도 PSOE는 Unidas Podemos가 가진 42표가 필요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Podemos의 지지를 얻기 위해 페드로 산체스와 파블로 이글레시아스(Pablo Iglesias)와의 협상이 시작된다. 주된 쟁점은 Podemos가 끊임없이 요구하는 핵심 부처의 장관직 일부, 특히 고용부 장관직에 있었다.


Podemos는 ‘우리가 의회의 약 10%가 넘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좌파 정권을 위해서는 우리가 필요하니, 협정(Gobierno de Coalición)을 통해 우리 정당의 위세에 적합한 대접을 해달라’는 입장이었다.

우리 당이 비록 경력이 적고, 초라할 지라도 그 누구에게도 짓밟히고 고개를 숙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각혈할 기세로 열변하는 Unidas Podemos당 대표 ‘스페인 유시민’ 파블로 이글레시아스(Pablo Iglesias)

그런데 PSOE가 ‘Podemos에게 줄 수 있는 것은 환경부, 보건부 장관 정도이며, 특히 당 대표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는 장관에 앉힐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면서 세 달 간의 평행선이 시작된다.


결국 마지막 토론회가 벌어지는 순간까지 이들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고, 카탈루냐와 바스크 정당의 중재도 소 귀에 경읽기였다.

당신들은 우파에 대한 두 번째 기회를 두고 러시안룰렛을 벌이고 있습니다.
카탈루냐 윤후의 일갈
외부 압박 때문에 합의가 되지 않는다는
말은 변명이 될 수 없습니다.
9월(11월 재선거)은 늦습니다.
PSV(바스크 정당) 대표 Aitor Esteban

결국 Unidas Podemos의 42표는 기권표가 되었고, 여기에 막바지에 페드로 산체스가 ‘카탈루냐 상황은 법리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식으로 헌법 155조의 가능성을 다시 시사함으로써 카탈루냐의 표는 반대표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페드로 산체스의 취임은 실패로 돌아갔고, 스페인은 오는 11월 재선거를 실시하게 되었다.



*참고: 스페인은 입헌군주제 국가이며, 의원내각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지금 정부의 수장을 ‘대통령’으로 부른 것은 스페인 언론에서 사용되는 Presidente라는 단어를 그대로 따라 쓴 것이고, 실제로는 ‘총리’가 더 맞는 단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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