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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키스테이지 Nov 07. 2018

초원에서 자유를 논하다

영국에서


영국은 여러모로 나에게 뜻깊고 애정이 가는 나라다. 무려 4회 이상 방문한, 그리고 2년간의 유학시절을 보낸 곳이기에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을 여행하기로 계획하면 반드시 영국에 들리는 이유는 런던을 제외한 다른 도시를 여행하기 위함이랄까. 그렇게 이번에 여행한 솔트 베리엔 스톤헨지 말고도 즐기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특히 너른 초원이 펼쳐진 곳에 방목된 양들을 보면 처음엔 귀여운 모습이 '월레스와 그로밋'에 나오는 양=숀 이 생각나더라.


월레스와 그로밋에 나오는 한 장면 _ 출처 : INDIEPOST

자유롭게 자신의 시간을 보내는 양들을 보며 그들은 정말 우리가 보는 것만큼 자유로울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인간의 삶엔 완전한 자유가 없다는 게 나만의 생각이다. 우리는 어느 한 곳에는 무조건 구속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 살고 있다. 고3 수능을 본 날 나는 진정한 입시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곧 실기전형이 나를 압박해왔고, 대학을 합격하니 수많은 과제와 대외활동이 나의 자유를 앗아갔고, 졸업을 하여 대학의 굴레에서 나와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까 하니 취직이 나를 기다렸다. 그리고 월, 화, 수, 목, 금 출근을 하고 주말을 맞이하는 당신은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지만 금세 월요일의 압박이 다가온다. 최근에 나는 많은 이들이 꿈꾼다는 퇴사를 하고 출퇴근의 압박에서  자유로운 몸이 되어 나의 일을 하고 있으나 결국 돈 때문에 그 자유는 금세 무의미해졌다.  이렇듯 적어도 난 단 한 번도 진정하게 퓨어한 자유라는 상황에 놓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결국 자유라는 것은 어떠한 시간과 공간 혹은 상황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 감정으로부터 자유를 느끼고 인식되어야만 자유로운 상태에 놓였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저기 저 풀을 뜯으며 한가로이 여유로운 양들은 우리 인간과는 다르게 그것들의 주변에는 구속의 역할을 하는 것이 있을까? 사진의 끝 혹은 위 가장자리에 놓인 울타리는 그들을 압박하는 구속 요소(?) 일 수는 있으나 양들이 그것을 구속이라고 느끼지 않고 현재 상태가 자유롭다고 느낀다면 저 모습은 진정한 자유 안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겠지.



2018년 9월 7일-21일 유럽여행을 담은 사진과 글입니다.

매일 하나씩 올릴 예정이에요.


올라오는 모든 사진은 archistage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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