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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피로스 Jun 24. 2020

자아, 내 안의 또 다른 어린아이ㅋ

백수일지 D+13 (2020.06.24)

훗날 언젠가 대증 앞에 설 수 았는 강연자가 된다면, 해보고 싶은 재밌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강연자고, 청중에게 말하는 가상의 형식으로 써봤습니다. 실제로 제 이야기를 이렇게 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믿어요. (지켜본다.)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 속에 등장하는 '나')

(짝짝짝짝!!)

(ㅋㅋㅋㅋㅈㅅ...)


여러분, 우리가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요. 

이것저것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생각대로 잘 안 되잖아요.

생각해보죠. 목표를 이루는 건 나죠. 

문제가 있다면 나에게 있는 것인데, 뭐가 문제일까요?


여러분 다들 잘 아시다시피 

나라는 사람 안에는 또 다른 내가 한 명 더 있습니다.

바로 '자아'라는 친구예요.

(아이고 식상해라)


이 친구는 어떤 친구냐면 일단 말을 잘 안 들어요. 

알다가도 모를 친구죠.


우리가 어떤 목표를 이루고 싶을 때를 생각해봅시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해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고 싶어요.

그런데 잘 안되죠. 힘들게 노력해서 처음 몇 주는 잘했다고 칩시다.

하루 이틀, 몸이 무거워 잘 일어나지 못하는 날들이 생기고

그런 날이 지속되면 매일 일어나겠다는 의지가 상실되고,

점점 실패했다는 생각이 커지면서 결국엔 무너지게 됩니다.


나는 1주일에 책을 1권은 읽고 싶다. 

한 달에  한 권은 읽고 싶다. 목표를 정해요.

역시 몇 주간, 몇 달간은 잘 됩니다. 

그러다 꼭 책을 못 읽는 때가 생겨요.

한 주를 놓치고, 두 주를 놓치고 하다 보면,

아 결국 또 못 이뤘내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하죠?


"와, 너는 그것도 못하냐?

내가 아침 5시에 일어나라고 했니, 6시에 일어나라고 했니 어???

1주일에 3권을 읽으라고 했어? 한 달에 30권을 읽으라고 했냐고

이 등신같은 자식아 이런 것도 못하면서 니가 뭘 할 수 있겠냐

이 의지력 약한 머저리 같은 색갸. 니가 그러니까 실패자인거야.

니가 그러니까 뭘 해도 못하는거야."


이런 상황

어디서 좀 많이 본 것 같지 않아요?


자 봅시다. 이런 상황과 비슷하지 않나요?


부모와 어린 자식이 있다고 칩시다. 아이는 한 6살 정도 돼요.

뭐 7-8살 되었다고 생각해도 됩니다.

10살이 넘으면 안 됩니다.

이게 제가 생각하는 제 내면의 정신연령이거든요.


부모님이 그럽니다.


"너 엄마가 아침 일찍 일어나라고 했지, 근데 왜 못 일어나?

너 아빠가 매주 숙제는 이만큼은 꼭 해놓으라고 했지,

너 그것도 못하니? 그렇게 해서 앞으로 뭘 하려고 그래?

너가 그 이런 것도 잘 못하니까 그 모양인거야. 알겠어? 이 실패자 자식아."


자 어떤가요.

슬프지 않나요.


이게 우리 모습입니다.

여러분은 언제나 부모구요.

우리의 자아는 항상 이런 어린아이 같은 친구죠.


이 어린아이는요. 일단 말을 잘 안 들어요.

그런데 고집은 엄청나게 셉니다.

절대 쉽게 바뀌지가 않아요.

아이에게 좋은 걸 가르치기 위해선 

오랜 시간을 들여 꾸준히 노력해야합니다.

이 아이도 자기가 잘하는 게 있고, 못하는 게 있어요.

좋아하는 게 있고 싫어하는 게 있죠.


그런데 그걸 고려하지 않고 우리는 항상

이거 해봐 저거 해봐. 이 정도는 해야지 왜 못해?

너무 다른 걸 바라고, 많은 걸 바라게 되죠.


아이가 뭔가를 잘 못할 수도 있죠.

그런데 우리는 그걸 용납 못합니다.


제가 예전에 너무도 작아 보이고 

무력하고 실패자 같던 때가 있었어요.

그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걸 바랬고, 전 잘하지 못했죠.

그래서 어떻게 했냐면 그냥 후두려 팼습니다.

나 스스로를 말이에요.


"넌 어떻게 이런 것도 못하냐?"

"아니 니가 한 두 살 먹은 것도 아니고, 왜 그래?"

"아니 한 두번이어야지 도대체 몇번째야. 

왜 그러냐고? 진짜 너 그 정도냐?"


실망하고 마음 아프죠.

그래서 못난 말, 쓴소리를 퍼붓습니다.

화가나고 분노하고 열받고 

감정을 조절 못하니 손이 먼저 올라갑니다.

후두려 패는 거예요. 그냥 막 패요.


마치 마음이 아프지만서도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이성을 잃고 매로 아이를 다스리는 부모처럼요.


이게 저와 많은 분들의 평소와도 같은 모습일 겁니다.


얼마나 마음이 아픈가요.

매를 드는 부모나, 욕을 먹고 맞는 아이나.


다른 사람들이 보면 너무하다고 싶을 정도일 때가 많아요.

나는 아닌데, 다른 사람들은 

뭘 그런 것 가지고 뭐라 하냐고 할 때가 많아요 그쵸?

그런데 나는 그게 용납이 안 되는 거예요.

내 자식이니까. 내 아이니까.


그게 '나'인 겁니다.

나 자신인거니까 용납이 안 되는 겁니다.

내 아이니까 남들이 뭐라 하든 상관없는 것처럼.


여러분 애를 오랫동안 많이 때리면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방어기제가 생깁니다.

너무 많이 맞아본 아이는 부모가 손만 올려도 어떻게 하죠?

몸서리를 치면서 자신을 방어하려 합니다. (실제로 맞는 시늉하기)

겁부터 먹고 눈을 내리깔죠. 바들바들 떨겠죠.


자 이게 우리예요.

이게 슬픈 우리 자아의 모습입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자주

내 안의 '자아'라는 아이에게 가혹하고 무서웠어요.


그래서 이제 작은 실패만 가지고도

내 안의 자아는 무서워하고 두려워합니다.

뭘 해도 하기 싫고, 뭘 해도 즐겁지가 않은 거예요.

그러니 더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게 됩니다.


이것만 아시면 됩니다.

내 안의 자아라는 친구는, 정말 어린아이와 똑같아요.

비난을 하면 주눅 들고, 무기력해지고, 즐거움을 잃어버리죠.

그런데 칭찬을 하면 기뻐하고, 신나하고, 

앞으로 뭐든 잘하려고 듭니다. 단순하죠.


저는 이걸 깨닫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내 안에 '자아'라는 친구는 어떤 존재인지.

나라고 생각했지만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친구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뭘 잘하고 못하는지

너무 오랫동안 외면하고 모르고 살았어요.


왜냐하면 제가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하루아침에 깨닫게 되는 게 아닙니다.

부모님도 아이를 오랫동안 지켜보면

내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뭘 잘하고 못하는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조금씩 알게 되잖아요.

시간이 필요합니다. 경험이 필요하구요.


그 시간 동안은 너무 가혹하게 아이를 다스릴 필요가 없어요.

애 성격 버립니다.


혼을 낼 때도, 정말 필요할 때는 내야죠.

하지만 잘한 건 잘했다, 못한 건 못했다 구분하면서

칭찬할 건 해줘야 하는데 그건 다 무시한 채

못한 것에 대해서만 나무라는 그런 식으로는

아이가 올바르게 성장을 할 수 있을까요?


아셔야 합니다.

내 안의 그 친구는 분명 나지만

나와는 너무 다른 또 다른 나라는 걸요.


그것만 기억하십시오.

'자아'는 내 안의 또 다른 '어린아이'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여러분은 여러분 안에 있는 또 다른 '나'라는 친구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계시는지요.


그 친구가 어떤 친구인지

혹시 그 친구의 목소리에 조용히 귀 기울여 

경청을 해주신 적은 얼마나 있으신가요.

그 친구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뭘 잘하고 못하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지그시 그리고 섬세하게 지켜봐주셨나요.


돌이켜보면, 참 부끄러운 시간이 많았습니다 저는.

그 친구에게 오랫동안 잘해주지 못했거든요.

자세히 보니 온통 멍자국에 상처 투성이더라구요.

너무 가혹하고 심했던 제게 화가나기도 하고,

내 안의 어린아이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후회스럽습니다.


후드려패지 마세요 이제.

애도 너무 패면 맷집이 세져서 매도 소용이 없어요.

그때부터는 참 힘듭니다.

칭찬해주셔야 합니다. 고래도 춤추게 만드는.

잘해도 칭찬해주시고, 잘못해도 칭찬해주세요.


지난 시절 매만 맞고 자란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건

다름 아닌 변화된 모습으로 진심을 다해 

그 친구를 칭찬해주는 겁니다.

작은 것에도 큰 것에도 진심으로, 세심하게, 전력으로 칭찬해주세요.


지그시 바라봐주세요.

이 아이가 어떤 상태인지,

내가 그동안 어떻게 이 친구를 대해왔는지.


그리고 귀 기울여주세요. 정성을 다해서요

얘가 뭘 원하는지, 뭘 말하고 있는지

놓치지 않고 들어주세요.


그러면 그 친구가 조금씩 변화하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왜냐면 그 애도 사람이거든요.


(짝짝짝짝!!)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도 정신이 집을 나가

안드로메다에서 강연까지 하고 돌아온

백수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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