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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읽는sona Jul 31. 2020

오늘도 꿈꾸는 INFJ를 위해

렘브란트, <명상 중인 철학자>, 1632


  MBTI 성격 유형 중에서 INFJ는 전 세계에서 1%밖에 없는 희귀한 타입입니다. 일명 ‘선의의 옹호자’라고 하는데,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성인군자나 철학자가 떠오르지요. 아니나 다를까, 대표적인 인물로 ‘인권운동가 마틴루터 킹’과 ‘테레사 수녀’가 언급됩니다. INFJ는 이상과 도덕을 추구하면서도 단호함과 결단력이 있다고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INFJ는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려고 합니다. INFJ는 바로 저의 MBTI 성격 유형이기도 합니다.



한국어로는 "선의의 옹호자"로 번역됩니다.



  사주를 보거나 심리/적성 테스트를 하면 종교, 철학 쪽으로 능력이 발달해있다는 말을 듣곤 합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유일하게 계속해온 공부가 철학, 인문학이라 어느 정도 수긍을 하지만, MBTI 성격 유형에서도 이런 비슷한 내용이 나올 줄이야. 이럴 때면 사람의 성격이나 운명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말이 틀린 건 아닌가 봅니다.



  INFJ의 특징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 떠나지 않는 이미지 하나가 있었습니다. 바로 렘브란트(Rembrandt van Rijn, 1606~1669)의 <명상 중인 철학자>(1632)입니다. 내면의 성찰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즉흥적이기보다 신중하며, 내향적인 INFJ의 모습을, 그림은 정확하게 잡아내고 있습니다. 등장인물부터 배경이며 분위기까지, 렘브란트가 INFJ를 위해 그렸나 싶을 정도로 <명상 중인 철학자>는 이 희귀한 성격 유형과 그리고 그 유형을 쏙 빼닮은 나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렘브란트, <명상 중인 철학자>, 1632, 루브르 박물관



  흰 수염을 기른 노인이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앉아 있습니다. 창문에서는 황금빛 햇살이 은은히 퍼져 집안을 휘감아 돌고 있습니다. 화면 가운데는 나선형 계단이 자리 잡고 있는데, 책상 아래에서 시작되는 빛이 계단을 타고 올라 어둠 속으로 사라집니다. 위쪽 계단 외부는 다시 햇빛을 받고 있다가 이윽고 오른쪽으로 돌아 올라가면서 어둠 속으로 사라집니다. 





  빛과 어둠이 반복되는 나선 계단과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빛 때문에 화면인 마치 수정구슬을 속을 보는 것 같이 신비롭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수정구슬이 아니라 낡은 집안이라는 걸 알 수 있지요. 그림은 서로 어울리지 않을 법한 신비로움과 소박함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상을 꿈꾸면서 매일 한걸음씩 내딛는 INFJ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이기도 합니다.



  오른쪽 아래에 또 다른 인물이 있다는 걸 발견하셨나요? 노인의 아내이거나 하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벽난로에 불을 때고 있습니다. 햇빛보다 벽난로의 불빛은 상대적으로 미미합니다. 불빛은 겨우 그 주변만을 작게 밝히고 있을 뿐이지요. 그림을 지배하는 건 창문으로 들어온 햇살이고, 그 햇살을 받은 철학자로 보이는 노인과 계단이 아무래도 주인공 같습니다. 그래서 화면은 전체적으로 계단을 중심으로 정신과 물질, 무한과 유한으로 나뉘는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철학자는 미동도 없이 무슨 생각을 저리 깊이 하는 걸까요? 생각에 빠져 혹시 졸고 있는 건 아닐까요? 무한하게 뻗어가는 철학자의 생각을 나선 계단이 암시하고 있는 듯합니다. DNA 모형이나 뫼비우스의 띠처럼 나선형이란 무한히 이어지는 것을 상징하니까요. 철학자는 작은 방안에서 끝없는 우주를 상상하고 있나 봅니다.



  INFJ도 그림 속 나선형 계단이 보여주는 모습과 비슷하게 사고합니다. 그들은 유한한 공간에 앉아 있지만, 무한한 세상을, 우주를 꿈꾸지요. INFJ에게는 원대한 이상이 있고, 자신이 믿는 쪽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어 합니다. 그러기에 앞서 공부하고, 고뇌하고, 글을 쓰기도 하지요. 제가 지금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너무 많은 생각은 사람을 가두기도합니다. 혼자만의 상상으로 세상을 그리다 보면 현실과는 유리된 주관적인 세상을 만들기도 하지요. 믿음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 아집이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억압하기도 합니다. INFJ로 판단되는 인물 중에 히틀러와 스탈린 같은 무시무시한 독재자도 있다는 것이 이를 말해주지요. 마더 테레사와 히틀러가 같은 유형에 묶인다니 이상하게 보이지만, 결국 하나 속성의 두 가지 현상임을 깨닫습니다.





  이건 INFJ뿐 아니라 다른 성격 유형에도 해당하는 성질입니다. 누구나 홀로 사색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복잡한 머리를 정리하고, 잡다한 생각을 걷어내고, 나 자신에 집중하기 위해 세상과 잠깐 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낼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행동으로 옮기기 전, 우리는 ‘함께’ 생각할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이 잘되었고, 잘못되었는지 ‘나’에게만 물어서는 늘 한정된 대답을 얻을 뿐입니다. 나의 믿음이, 주관이 모두의 것이 되고 함께 공유하기 위해서는 '함께' 생각해 봐야하지요.





  그림 속 철학자는 무한한 우주를 상상하다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을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 자연과 마주했겠지요. 새들이 지저귀고 있고,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반짝거립니다. 바람이 불어와 철학자의 수염을 살짝 건드립니다. 이상(理想)이란 세상과 소통하며 만든다는 것을 철학자는 깨닫습니다.





MBTI성격유형 테스트는 아래 링크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




박송화/그림읽는sona

그림 보기를 넘어 다양한 각도로 읽어봅니다. 미학과 미술사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그림 읽는 즐거움을 공유하고, 예술을 통해 우리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합니다.


블로그 : https://blog.naver.com/pshjuly13

인스타그램 : @sona_p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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