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수제 맥주 시장의 게임 체인저 브루독 (Brewdog)
2007년 마틴 디키 (Martin Dickie)와 제임스 와트 (James Watt)는 스코틀랜드 북동쪽에 브루독 (Brewdog) 맥주 회사를 설립했다. 법대를 졸업하고 어선의 선장으로 일을 했던 제임스 와트가 그의 친구인 마틴 디키와 공동 창업을 한 것이다. 이 당시만 해도 아무도 브루독이 성공할 것이라고 예측을 못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브루독은 보란 듯이 성공했고 영국 수제 맥주 시장에서 가장 큰 맥주 회사가 되었다. 매년 엄청나게 많은 수제 맥주 회사들이 생기고 있지만 브루독처럼 빠르게 맥주 시장에서 인지도와 사업을 확장해 나간 회사는 매우 드물다. 10년 만에 영국의 대표 맥주 회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두 명의 친구가 시작한 사업은 성공적이었고 지금은 맥주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약 750명의 직원을 채용할 정도로 커졌다. 브루독은 영국 내에 총 33개의 펍과 전 세계 주요 도시에 위치한 17개의 펍을 소유하고 있으며 세계 여러 나라로 브루독 맥주를 수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맥주로는 펑크 IPA (Punk IPA), 데드 포니 클럽 (Dead Pony Club), 엘비스 주스 (Elvis Juice), 바가본드 페일 에일 (Vagabond Pale Ale), 킹핀 라거 (Kingpin Lager) 등이 있다. 생각보다 맥주 라인업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브루독 맥주를 마셔보는 것도 브루독 맥주를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다. 최근에는 미국 오하이오(Ohio) 주 콜럼버스 (Colombus) 도시에 양조장을 건설함으로써 북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앞으로 더욱더 사업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이 된다.
두 명의 친구가 시작한 작은 맥주 회사가 어떻게 영국 수제 맥주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정도로 영향력 있고 커졌을까? 필자는 크게 두 가지 요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첫째는 가격과 타협하지 않는 맥주 품질이고 두 번째는 미친 마케팅 방법이다. 실제로 브루독은 다른 맥주 회사보다 생각 보다 많은 양의 보리 맥아와 홉을 사용하여 맥주를 만들고 있다. 그만큼 맥주 재료를 아끼지 않고 사용하여 맥주 품질을 올리는 동시에 엄격한 품질 관리 시스템으로 항상 최고의 품질과 지속적인 맛을 유지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대형 맥주 회사와 가격 경쟁을 하기보다는 브루독만의 특징이 담긴 퀄리티 높은 맥주로 승부하고 있다. 실제로 브루독 맥주는 대형 회사 맥주들과 비교하면 비싸다. 영국 펍에서 보통 1 파인트 (568 ml) 맥주가 3파운드 (현재 환율 기준 환화로 4500원) 정도 한다면 브루독 맥주는 1 파인트에 5-6 파운드 (현재 환율 기준 환화로 7500 - 9000원) 정도 한다. 그렇다면 맥주 품질이 좋고 맛이 좋다고 시장에서 많이 팔리는 맥주가 될 수 있을까? 물론 입소문을 타고 어느 정도 매출은 증가하겠지만 증가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계속해서 소비자에게 노출시켜야 브랜드 인지도도 올라가고 매출도 올라갈 수 있다. 괜히 대형 맥주 회사들이 많은 돈을 마케팅에 투자하는 게 아니다. 대형 맥주 회사와는 다르게 브루독은 그들만의 미친 마케팅 전략으로 '브루독'이라는 브랜드를 키워나갔다. 예를 들어 탱크를 타고 런던 한 복판에서 크라우딩 펀딩을 홍보하거나, 러시아 푸틴 대통령을 조롱하는 듯한 맥주인 '안녕, 네 이름은 블라디미르 야. (Hello, My name is Vladimir)' 맥주를 만들어 러시아 크렘린궁에 보냈고, 죽은 다람쥐를 박제해서 55% 고도수 맥주인 '역사의 종말 (The end of history)'을 만들거나, 난쟁이를 고용해서 2/3 파인트 잔을 합법화해달라는 시위를 하는 등등 다양하면서도 소위 '미친' 행동들을 많이 했다. 최근에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는듯한 맥주인 MEGA (Make Earth Great Again)을 만들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고 많은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브루독 맥주를 사람들이 접할 수 있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브루독 맥주는 많은 맥주 재료를 사용해서 맥주 맛을 높이는데 신경을 많이 쓴다고 했다. 당연히 사람들은 그동안 맛보았던 대형 맥주 회사의 라거 맥주보다 맛과 향이 강하고 다양한 맥주를 생산하는 브루독 맥주를 선호하게 되었다. 이러한 인기는 브루독이 크라우딩 펀딩 행사인 에쿼티 포 펑크 (Equity for Punks)을 주최할 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에쿼티 포 펑크는 브루독에게 투자 자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브루독 지지층을 더 확장시켰다. 현재 브루독은 1000만 파운드 (현재 환율 기준 환화 150억)를 목표로 5번째 에쿼티 포 펑크를 진행하고 있다.
이쯤 정도 글을 읽었으면 모두가 아마 이런 생각 한 번 할 것이다. '그래서 브루독 맥주를 어디서 마실 수 있을까?' 당연히 브루독 맥주는 한국에 수입이 된다. 대형마트에 가면 브루독 맥주 1-2 종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일부 맥주를 제외하면 1 병당 보통 4000원에서 6000원 정도 한다. 그리고 요즘에는 수제 맥주 펍에서도 브루독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들이 생각보다 많다. 대부분 브루독의 대표 맥주인 펑크 IPA (Punk IPA)를 판매하고 있다. 브루독 맥주를 한 번도 안 마셔 봤다면 브루독의 대표 맥주인 펑크 IPA부터 마시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펑크 IPA는 오렌지, 자몽, 홉 향이 특징적이며 IPA 답게 쓴맛이 특징인 도수 5.6%인 맥주이다.
만약 영국에 간다면 브루독 펍을 한 번 꼭 들리는 것을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브루독의 맥주 문화를 잘 느낄 수 있는 곳이자 브루독 맥주를 가장 맛있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곳 또한 브루독 펍이다.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이자 영국의 중심 런던에는 두 개의 펍이 있다. 런던 소호 (Soho) 지점과 젊은 아티스트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는 런던 쇼디치 (Shoreditch) 에 브루독 펍이 있다. 두 지점 모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아주 많은 곳이다. 앉을자리를 찾기는커녕 사람이 많아서 맥주 주문하러 가기도 힘든 곳이다. 펍 실내에 사람이 많다 보니 펍 밖에서 서서 마시는 사람들도 많을 정도이다. 브루독 펍이 좋은 또 다른 이유는 펍에서 일하는 브루독 직원들은 매우 친절하고 소위 말하는 맥주 덕후이다. 혼자 간다면 그분들과 맥주에 대해 얘기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좋은 맥주를 마실 때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면 그 보다 더 한 기쁨은 없는 거 같다. 브루독에 가면 꼭 먹어 봐야 할 메뉴인 Fire eater 버거를 추천하고 싶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매운맛이 강한 버거이다. 한국 음식의 매운맛과는 다른 매운맛을 느껴볼 수 있었던 버거였다. 펑크 IPA나 바가본드 페일 에일이랑 같이 페어링 해서 먹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바가본드 페일 에일은 열대과일과 홉향인 특징이었고 도수는 4.5%인 맥주이다. 영국을 방문한다면 미친 맥주 회사 브루독이 소유하고 있는 펍에 가서 세계 수제 맥주 시장을 이끌고 있는 수제 맥주 시장계의 게임 체인저 브루독 맥주를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