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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ign Sep 14. 2016

2016 여름휴가에 생긴 일 IV

인생의 되돌아봄 - 아마트리체 지진

이 글을 이렇게 빨리 쓰게 될 줄 몰랐다. 한국에서 지진이 일어날 줄은 생각도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언니와 카톡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여기 지진 났었어."란 문자를 보낸 언니. 생뚱맞게 무슨 지진인가 싶어 언니의 문자에 오타가 난 줄 알았다. 그런데 톡도 잘 안 가기 시작한다. 심장이 쿵쾅 뛰고 마음이 불안해졌다. 재빨리 070으로 전화를 시도해봤다. 다행히 받는다. 언니는 처음엔 남편이 집에 왔는 줄 알았다고 한다. 흔들림을 그렇게 착각한 것이다. 그런데 통화 도중 갑자기 비명을 지른다. 이번엔 크게 느낀 모양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어서 나가라고 했다. 처음엔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는 것이 더 귀찮다고 하더니 이번엔 큰 흔들림에 깜짝 놀랐는지 언니도 놀이터로 아이들과 몸을 피신했다.


우리 언니는 구미에 산다.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한 지진에 우리 언니네 식구도 들썩이고 나도 들썩였다. 지금도 여진이 있다고 하니 평소엔 잘 듣지 않는 신문과 방송에 촉각이 곤두선다. 대한민국의 불의 고리라고 불리는 곳에 원전이 18기나 모여있다고 하니, 서울에 계신 우리 부모님도 걱정이 되고, 우리나라 건물은 내진에 약하다고 하니 언니가 사는 아파트는 문제없는지도 걱정이 된다.


우리는 재난의 시대에 살고 있다. 

지진, 세월호 참사, 가스폭발사건 등 자연재해와 인재 속에서 우리의 안전은 그 누구에게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번 여름휴가기간 동안 이탈리아 아마트리체에서 지진이 났다. 부끄럽지만 이탈리아도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국가인 것을 이번에야 알았다. 유네스코로 지정된 마을이 속절없이 무너지는 것도 마음 아팠지만, 더 가슴 아프게 한 것은 휴가기간 아마트리체에 사는 가족들을 만나러 왔거나 휴가를 보내기 위해 그곳에 간 많은 사람들의 죽음이었다. 다인이를 보니 어린아이들의 죽음 소식도 더 가슴이 저리게 아팠고, 새벽에 일어난 예고 없는 지진에 허무한 마지막을 맞이한 사람들이 무상했다. 우리가 산속에서 좋은 공기를 맡으며 냇가며 바닷가며 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누군가는 예고 없는 사고에 고통을 받고, 누군가는 뒷수습에 동참하며 아픔을 함께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지진 자체는 자연재해였지만, 지진이 나기 전부터 정책적으로 지진 후 피해를 막기 위해  실시했었던 보수 공사가 얼마나 허술했었는지에 대해 집중 보도되는 뉴스도 흘러나왔다. 지구촌 곳곳의 모습은 참 비슷하구나... 씁쓸한 웃음이 새어 나온다. 


아마트리체 지진 소식 후, 몇몇 친구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에게 톡을 보냈다. 오랜 타지 생활임에도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안부 톡이 새삼 감사하고 고맙게 느껴진다. 이번 아마트리체의 지진은 어떤 이에게는 기회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인기 없던 정치인의 지지도가 올라가기도 하고 새로운 영웅들이 태어났다. 그러나 덕을 본 그 누구라도 지진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연의 힘 앞에 우리는 무다. 그러나 우리의 약함을 일찍부터 알은 인간은 도구로 더 강해지는 법을 배웠고, 위대한 자연을 위협하는 지구 상의 유일한 존재가 되었다. 어떤 죽음을 맞이해도 이상하지 않은 오늘을 사는 우리.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 아이가 점점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당연하지 않은 사고들이, 천재지변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게 되는 날들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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