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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u Poloi Jul 04. 2018

뽀빠이 아저씨처럼

시금치를 먹어요

어릴 적 나는 포비아가 있었다. 시금치 포비아. 정말 그 녹색 풀이 내 입에 들어간다는 게 끔찍이도 무서웠다. 엄마가 억지로 먹이려고 하면 발악을 하며 도망을 가곤 했다. 나는 어린 마음에 맛없게 생긴 시금치가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걸까. 

'시금치를 먹으면 뽀빠이 아저씨처럼 될 수 있어!' 

나는 뽀빠이 아저씨처럼 튼튼해지지 않아도 되니 저 무섭게 생긴 게 내 눈앞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채식을 시작할 때 쯔음인지 아니면 그 전인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시금치 포비아가 사라진 어느 순간이 나에게도 왔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안 먹던 나물도 청국장도, 자연스레 먹게 되더라. 많은 사람들이 이런 현상에 공감하지 않을까? 아무튼 그렇게 나의 시금치 포비아가 시금치 홀릭으로 바뀌는 것이 그렇게 드라마틱하지는 않았다.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나는 시금치를 정말 좋아한다. 심지어 심심할 때는 그냥 시금치나물을 최대한 맛있게 무쳐서 혼자 흰밥이랑 먹기도 한다. 나의 파트너는 내가 만드는 시금치나물이 자신이 살면서 먹어본 시금치 요리 중에 최고라고 한다. 물론 내가 만든 시금치 무침이라긴 보다는 한국식의 시금치 무침을 두고 하는 소리다. 요즘은 시금치가 들어간 음식이면 뭐든 좋다. 김밥을 쌀 때도 시금치를 듬뿍 넣고, 비빔밥을 먹을 때도 시금치나물을 듬뿍 넣고 말이다. 빵집에 가면 시금치가 들어간 빵들이 종종 보이기도 하는데 보이면 무조건 장바구니에 넣는다. 시금치에 치즈가 곁들여진 빵은 내가 최애 하는 빵 중에 하나다. 


내가 제일 잘한다고 자신하는 요리 중 하나도 시금치가 들어간 요리인데, 바로 시금치 파스타이다. 파스타가 뭐 하기 어려운 음식은 아니지만. 예전에 혼자 마드리드에 살 때였는데, 마트에 무심하게 포장되어 있는 시금치가 왠지 모르게 매력적으로 보여 아무 생각 없이 집에 가져왔다. 그 전에는 시금치로 딱히 뭘 해본 적이 없어서, Be creative 해지기로 했다. 내 맘대로 시금치에 양송이버섯에 야채수프 가루(야채 스톡 같은 거)를 넣고 파스타를 만들어 봤는데, 맛이 기가 막힌 게 아닌가. 그때부터 종종 만들어 먹곤 했다. 지금도 시금치가 먹고 싶은데 그다지 손 안 가는 음식을 해 먹고 싶을 때 시금치 파스타를 해 먹는다. 아, 시금치와 양파, 파마산 치즈를 넣은 파스타도 내가 좋아하는 파스타 중에 하나다. 파스타라는 게 그렇지 않은가. 무심하게 이것저것 넣고 짠. 우리의 비빔밥, 볶음밥과도 닮은 구석이 많은 음식이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이탈리아인들에게 파스타란 자존심이지만 말이다. 


며칠 전, 우리가 점심 끼니를 때우기 위해 만든 시금치 빵. 정말 별거 없다. 마트에서 크루아상 도우를 사 와서 냉동시금치를 해동해서 넣고, 탱글탱글한 모차렐라 치즈를 넣고, 소금 간을 해준 후 오븐에 잘 익혔을 뿐이다. 맛은 말해 뭐하겠는가. 당연히 맛있었다. 맛있을 수밖에 없는 조합이었으니. 


어디선가 시금치 된장국을 맛본 적이 있는데, 정말 맛있었다. 

곧 시금치 된장국 만들기에 도전해 봐야겠다!






사실 시금치 하면 떠오르는 시금치나물이 맛없게 생기긴 했지만 맛은 굉장히 좋지 않나, 그만큼 풍부한 맛을 자랑하는 채소 중 하나가 시금치라고 생각한다. 시금치는 누구나 알다시피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음식이다. 따라서 시금치를 적절히 잘 활용하면 우리 식탁을 더욱더 건강하고 풍성하게 채울 수 있지 않을까? 


You are what you eat
우리는 우리가 먹는 것과 같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돈 문구일 것이다. 나에게는 의미가 더 큰 문구이다. 우리 삶을 채우는 의, 식, 주 중에 그 '식'을 채우는 가장 핵심적인 사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좋은 것을 먹고, 건강한 먹거리를 추구한다는 것은 지구에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자 지구온난화를 줄이기 위한 가장 쉬운 실천 방법이며 나아가 나의 몸과 건강의 균형을 유지시키는 동시에 그것이 바로 '내'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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