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천생연분이고 영혼의 벗이다

부부는 함께 인생공부 하는 파트너

by 마음순례


소원을 성취하면 행복할까?

S대학교 L학과. 남편은 거기를 졸업해서 올해로 20년째 고시 준비 중이다.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일 년 더, 일 년 더 하던 것이 그만 20년이 된 것이다. 접자니 20년이 아깝다. 계속하자니 사람 꼴이 말이 아니다. 남편이 20년째 직장생활을 하는 아내에게 전화했다. “여보, 오늘 저녁 늦나. 아이 피자라도 주문해 줘.” 아내는 핸드폰에 저장된 전화번호를 눌렀다. 아파트 동 호수를 말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오랜 단골인 것 같다. “이것까지 꼭 내가 해야 하나?” 남편에 대한 원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그래야 나만 힘들다, 아내는 생각을 멈춘다.

S대학교 L학과. 아내가 남편에게 반한 것은 순전히 이것 때문이었다. 살아보니 남편이 가진 유일한 것이었다. 이혼하려 했으나, 이것 때문에 결혼한 자신을 배신하는 것 같아서 못했다. 아내도 헤어질 때를 남편이 고시 준비를 하는 것처럼 일 년 더, 일 년 더 하다가 20년이 흐른 것이다. 남편의 고시 준비는 세상에 대한 일종의 도피 같은 것임을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알게 됐다. 남편이 고시를 포기한 것처럼, 아내는 남편을 포기하고 있었다. 아내는 포기야말로 자유이고 상대의 감정에 얽매이지 않는 행복임을 깨달았다. 아내가 배운 행복의 비결은 포기였다.


S대학교 L학과에 입학은 남편의 소원이었다. 남편은 소원을 성취했다. 아내의 소원은 S대학교 L학과를 졸업한 남성과 결혼하는 것, 아내의 소원도 성취됐다. 큰 소원 하나 성취했으면 이제부터는 덤으로 사는 인생으로 생각해야 포기가 미덕이 된다. 덤으로 사는 인생에는 목적이 없어야 한다. 또 다른 목적을 세운다면 덤이 아니라 의무가 된다. 인생을 커다란 의무수행으로 알고 살면, 의무수행을 다 하지 못한 그는 편하게 죽지도 못한다, 하늘로 오르지 못하고 구천을 떠도는 귀신이 된다고 한다.


아내는 남편을 포기함으로 그래도 남편에게 관대해질 수 있었다. 더 클 것 같은 행복을 포기함으로 작은 행복에 만족하는 법을 배웠다. 판사나 검사 혹은 돈 잘 버는 변호사의 아내에 대한 기대를 버리는 일은 무척 괴로웠다. 인생을 배우고 익히기에 20년은 짧은 세월이 아니다. 아내에게 직장생활은 가족이 붙들고 있는 생존의 동아줄이었다. 자기 일이 소중한 아내는 직장생활에 성실했다. 작은 것에 만족하도록 삶은 아내를 몰고 갔고, 아내는 거기에 따랐다.

지금은 작은 것에 행복을 배우는 시기

인생에는 커다란 흐름이 있다. 아무리 의지가 강해도 이 흐름을 역류시키거나 멈추게 할 수 없다. 우리가 거기서 배워야 할 것은 그 안에서 건져 올리는 작은 것에 대한 감사와 사랑이다. 흔들리지 않는 행복은 내적 태도에 달렸다. 살면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은 내적 태도를 갱신시키는 도구이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인생을 배우려는 사람은 그의 겸손함과 성실성과 인내심에 하늘도 감동하여 배울 숙제를 계속 내준다.


위 부부는 불행한 부부가 아니다. 잘못된 부부도 아니다. 각자의 내면을 솔직하게 돌아보라. 현재는 그들이 원했고 만든 것이다. 고시 합격보다 더 큰 배움인 인생 공부의 선물이 내린 것이다. 고시 합격의 부귀영화는 한 생으로 족하다. 그러나 힘든 인생 공부로 얻은 보화는 죽음 이후로 가지고 간다. 솔로몬은 부귀영화에서도 헛됨의 지혜를 배워 후대에 전승했으나, 그만큼 많은 격랑을 겪었다. 솔로몬의 부귀영화를 탐하는 자는 그의 격랑의 세월도 함께 가져가야 한다.


아! 20년. 아내는 작은 것에 행복해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성공한 남편 친구의 아내들 세계에서 홀로 이방인이 됐지만, 아내는 자기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이해하고 위로하게 됐다. 그래도 꿋꿋하게 자기의 길을 가는 뚝심을 배웠다. 남편은 아내 때문에 제 욕망과 환상에서 아주 조금씩 깨어나고 있었다. 천생연분은 천(天)을 기준으로 해야 하고, 영혼의 벗은 영혼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부부는 천생연분이고 영혼의 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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