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순례 Apr 22. 2020

요즘 우울해진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함께 그러나 혼자 길을 가는 사람이 우울하지 않을 수는 없다. 우울이 찾아오면 본능은 본능적으로 우울을 방어할 것들을 찾는다. 가던 길을 멈추고 주막에 들려 술의 힘을 빌릴까. 주막은 우울을 달래줄 최적의 분위기이다. 길 한 쪽에서 멍석을 깔아놓고 즐기는 사람들의 무리에 끼어들을까. 현학적인 어떤 것으로 대체해 볼까. 아니면 먹는 것이나 낯선 어떤 장소로 떠나는 것으로 우울을 대체할까. 이러한 나르시시즘은 우울을 달래기 위한 것들이다. 


  여행을 하는 사람은 자기를 달래줄 다양한 것들을 선택할 수 있고, 그래야 계속 여행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현명한 방법은 가던 길을 계속 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 하나의 수칙만 허용하면 된다. “여행자가 우울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 우울할 때는 마음껏 우울해지자.” 


  우울은 반드시 우울해지는 조건을 가지고 온다. 외적인 조건을 만들어 놓고, 내면은 그래서 너는 우울해야 한다고 등을 떠민다. 우울은 가던 길에서 이탈할 것 같아 불안을 만든다. 너의 우울은 특별하고 불평등한 것이니, 너는 이 우울을 벗어나야 길을 계속 갈 수 있다고 은근한 압력을 행사한다. 우리의 문화는 잠시 우울을 잊기 위한 것이지 우울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그럴 때마다 위 수칙을 기억하라. 우울을 영혼의 벗으로 모셔 들이는 것, 되새겨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영혼은 나락으로 떨어지지는 않는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그 어떤 것이라도 받아들일 각오를 마친 사람은 가던 길에서 찬란한 빛을 만난다. 빛은 서성이는 사람들에게는 감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던 길을 계속 가는 사람들의 것이다. 


  길을 가는 여행객은 이것저것 좋은 것 나쁜 것 따지지 않는다. 모든 것을 끌어안고 모든 것을 사랑할 채비를 한다. 우울은 그가 사랑해야 할 것들 중에 작은 하나이지만, 실존의 가장 중요한 한 부분으로서 우울을 사랑하면 그 밖의 다른 것들을 사랑하기는 쉽다. 빛은 우울을 이겨낸, 아니 우울을 사랑한 사람들 위에 비춘다. 사람은 이 빛으로 산다. 신이 사람에게 우울을 부여한 것은 빛을 보게 하려는 것이다. 


  그 빛과 친숙해지면, 그 빛은 아주 오래전부터 나와 함께 한 것이라는 강렬한 의식이 생긴다. 빛은 하나에서 나왔으니, 모든 사람의 빛은 그 정도가 똑 같다. 의식하는 정도만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하늘에 태양이 있어 나를 항상 비추나, 나를 비추는 태양에 대한 인식은 제각기인 것과 같다.  




가나심리치료연구소 박성만


http://www.gana6.com




작가의 이전글 “힘들다”는 “힘들다”라는 느낌에서 나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