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된 감정은 멈춰버린 생각과 같다

난주야 너는 아느냐?

by 마음순례

학습된 감정에 물들지 말라


그렇지 않아도 세간에 여러 가지 일들이 겹쳐서 마음이 싱숭생숭한데, 비까지 와서 그야말로 “Blue Day”인 날이 있었다. 이렇게 세상이 하 수상하고 비까지 오는 날이면 스스로 세상을 떠난 둘도 없던 친구가 생각난다며, 나의 내담자는 소리 없이 울기만 하다 갔다. 내 가슴도 눈물에 젖고 말았다.


“사는 게 뭔지!” 나는 자폐아처럼 같은 말만 중얼거리다가, 난주 금붕어 한 마리만 남은 어항 곁으로 다가갔다. “난주야, 너는 아느냐. 사는 게 뭔지?” 내 말을 들은 건지 못 들은 건지. 이놈은 검정 좁쌀을 박아 놓은 것 같은 무심한 눈동자로 나를 쳐다만 보고는, 맨입만 뻐끔뻐끔 거리며 내 앞을 왔다 갔다 했다.


“이 놈아, 사는 게 뭐냐고 묻잖아?” 답답한 마음에 한 번 더 물었다. 금붕어는 감정이라고는 한 오라기도 없는 포커페이스이다. 같은 행동만 무심히 되풀이 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생겼다. 이놈을 한 10분 동안 쳐다보고 있으니, 뭔지는 모르게 감정이 맑게 정화되면서 사는 게 뭔지 알 필요가 없어졌다. 금붕어는 내게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감정을 물속으로 흘려보낸다. 그러면서 자신과 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인간은 관심과 애정이란 명목으로 세상의 감정을 몽땅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그러면서 자신과 세상에 갇혀 산다. 우리가 어항에 갇힌 것이 아니라 너희가 어항 밖에 갇혔다. 에고 인간아….”


내 마음은 세간 때문에 싱숭생숭한 것이 아니었다. 내담자의 눈물 때문도 아니었다. 본래 내 것이 아닌 감정들을 내 것으로 만들려는 욕망 때문이었다. 괴로움은 괴로운 것들을 내 것으로 하려는 욕망 때문에 생긴다. 사람은 긍정적 감정뿐만 아니라 부정적 감정도 내 것으로 하려는 피학적 욕망을 가지고 있다.


Blue Day는 단지 날씨가 안 좋은 것뿐이다. 날씨가 안 좋으면 기분도 안 좋아진다는 것은 학습된 감정에 불과하다. 학습된 감정을 감정표현, 감정이입, 감정정화, 감정순화, 이런 말들과 혼동하지 말라.


마음순례 박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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