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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소대나무 Aug 18. 2024

지적 허영심, 사치할수록 좋다

책만 읽어도 상위 10%에 든다

바야흐로 책 읽지 않는 시대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성인의 47%가 지난 1년 동안 단 한 번도 책을 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책을 읽은 사람이 절반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책 앞부분만 뒤척이다가 책장을 덮은 케이스를 감안한다면 성인 독서율은 더 떨어질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MZ세대들의 보여주기 식 문화가 SNS를 통해 독서에도 번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명품에 오마카세, 외제차 등 물질적 요소에 치우쳤던 자랑문화가 독서와 갓생살이 등 정서적 요소로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독서 자체가 자랑거리가 된다는 것 자체가 곧 그만큼 독서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를 두고 ‘지적 허영심’이라 일렀다.


허영을 부리긴 하는데 지적인 영역에서 허영을 부리는 것이고 이는 허영을 품은 자를 성장시키므로 긍정적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질적 허기를 돈으로 달래는 것은 소모적인 일이지만, 정서적 갈증을 독서로 해소하는 것은 오히려 권장할만한 문화라는 논평이었다.


많은 자기개발서에서도 성공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독서를 꼽는다.


일과 삶에 필요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익힐 수 있음은 물론, 독서하는 동안 일어나는 고도의 연상작용을 통해 사고력과 문제해결력 자체가 커진다는 것이다.


우선 책에는 여러 가지의 거름망을 통과한 정제된 지식이 수록되어 있다.


한 분야에 대해 책을 펴낸다는 것은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닌 사람이 한평생을 통해 습득한 지식을 풀어놓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더해 출판사 담당 직원과 마케터 등 팀 단위로 책에 수록한 내용에 오류는 없는지, 잘못된 정보와 논거는 없는지를 꼼꼼하게 검수한다.


한 번 출판되면 수정하기 불가능한 도서 특성상 준비과정이 굉장히 촘촘하다.


유튜브나 인터넷으로도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출처의 신뢰성과 콘텐츠의 깊이에서 게임이 되지 않는다.


유튜버 개인이 콘텐츠를 만들어 업로드하면 끝이기 때문에 ‘자기검열’이라는 자율적 장치에 기댈 수 밖에 없다. 때론 아예 검열장치가 적용될 수 없는 라이브 방송 형태로 콘텐츠가 유포되기도 한다.


또한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데 독서만큼 좋은 게 없기도 하다. 아래 문장을 읽어보자.


철수만 과자는 먹지 않았다


위 한 줄의 글에는 다양한 정보가 녹아있다.


일단 주인공의 이름이 철수라는 사실을 알 수 있고, 철수가 아닌 다른 사람도 존재하며, 이들은 과자를 먹었다고 유추할 수 있다.


그리고 철수는 과자는 먹지 않았지만, 다른 음식을 먹었을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알 수 있다. 단 11글자, 4어절이 내포한 의미가 이렇게 많은 것이다.


활자로 이루어진 글을 읽는 동안 머릿속에서는 고도의 연상, 유추가 일어나는데 이 능동적으로 정보를 수용하는 과정이 거듭될수록 사람의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은 좋아지게 된다.


반면 유튜브와 같은 영상매체는 단편적이고 말초적인 재미를 추구한다.


유튜버가 미리 준비한 현란한 영상에 해설, 음악을 수용하는 수동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상상력과 연상작용, 유추과정이 필요없다. 당장의 즐거움은 가질 수 있으되 나의 발전과 성장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한편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책은 정보전달이라는 소임을 다 한 뒤, 책장에 꽂혀 ‘실내 장식’이라는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데도 기가 막히다며 농을 던지기도 했다.





확실히 책장이 가득찬 집안은 그러지 않은 공간에 비해 한 단계 더 지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나는 2024년 한 해 동안 연 100권을 독파해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가고 있다.


인문철학부터 경제, 금융, 마케팅, 소설에 육아서까지 장르 구분 없이 다독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8월 중순 현재까지 총 62권의 책을 읽었는데 여름에 이르러 다양한 개인사가 겹치며 독서에 시간을 할애하지 못해 진도가 나가지 않는 점이 아쉽다.


월 10여 권씩 독파하면서 확실하게 삶의 시야가 넓어진 것이 느껴진다.


나이 마흔에 이르러 고민하고 있던 인간관계, 친구와 가족에 대한 고민을 니체와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통해 위안받고 있다.


은퇴를 대비한 자금 운용계획 역시 경제금융 서적을 통해 수립할 수 있었으며,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한 육아방법 역시 책을 통해 배워나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익힐 수 있는 단편적인 지식과 달리 책을 통해서 더 체계적이고 깊은, 절제된 지식을 배우고 있음을 느낀다.  


완전 자동화니 AI니 사람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디지털 세상이 향하는 지점은 결국 ‘사람’이다.


개개인의 개성과 창의성, 상상력이 더 부각되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


책을 읽어보자. 재미난 소설책부터 시작해보자.


활자에 익숙해지고 문해력이 높아졌다 싶으면 글깨나 읽었다는 사람들이 보는 인문철학서에도 욕심을 내어보는 거다.


궁금한 분야가 있다면 유튜브를 검색하지 말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보자. 한층 체계적이고 검증된 지식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일 년에 책 한 권만 제대로 읽어도 상위 30%에, 한 달에 책 한 권만 읽어도 상위 10 안에는 드는 세상이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졌다. 관건은 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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