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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소대나무 Aug 27. 2024

우리가 설마 난임은 아니겠지?!

건강한 남과 여, 난임과 싸움을 치르다

이상하게 아기 소식이 들려올 때가 되었는데, 기미가 없었다.


양가 부모도 직접적으로 물어보진 않지만 궁금하신 눈치다. 남자 나이 38세, 여자 나이 32에 식을 올리고 한 가정을 꾸렸으니 당시 사회 분위기상 ‘약간’ 느린 감이 있는 결혼이긴 했다. 암만 그래도 그렇지, 둘이 이렇게 건강한데 설마... 난임이기야 하겠어?

   

혼인을 올리고 반년간은 건방지게도 피임을 했더랬다. 달콤한 신혼생활을 좀 즐기고 싶기도 했고, 아직 경제적으로, 마음적으로 부모될 준비를 채 하지 못했기도 했다. 아기는 우리 부부가 맘을 먹으면 언제든지 생기는 것으로 생각했다.     


피임기간이 끝나면 우리 부부는 자연스럽게 아기가 찾아올 것으로 보았고, 그러면 감사한 마음으로 양육에 나서자고 합의를 봤다.


맞벌이 부부였고, 직장 일이 고되거나 스트레스가 크다는 이유로 잠자리에 나서지 않는 날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늘을 봐야 별은 본다는데 두 달 내내 하늘을 보지 않은 적도 있었다.(신혼인데...??라고 생각하겠지만 현생이 힘겨우니 그렇게 되더이다.)     



이봐, 나도 당신들 보고 싶었다구~


우리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시간이 제법 걸렸다. 이미 결혼기념일 5주년을 넘어서고 있었다. 3년 차부터는 가임 주기를 계산해 타이밍 러시(?)하기도 했는데 여전히 감감무소식이었다. 우리보다 늦게 결혼한 친구들의 돌잔치 초대장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멀리 지냈던 한 녀석이 둘째 임신 소식을 알려왔다. 차 타고 세 시간이 걸리는 난임병원을 다니며 시험관 시술을 해 첫째를 낳았고, 둘째도 가졌다는 소식이었다. 당연히 축하의 인사를 건넸지만, 가슴속에서는 무언가 조급함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우리는 건강했고,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으니 곧 하늘의 별이 찾아와주리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즈음되니 무언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상을 물리고 아내와 나선 산책길에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우리, 도담(미리 정한 태명)이 말이야.. 병원에 한 번 가볼까? 대학동창 민수도 병원에가서 바로 생겼다잖아.”

“시험관을 바로 하자는 거야?”

“아니, 그건 아니고.. 일단 의사 소견을 들어보자는 거지.”   

  

난임 원인은 다양하지만 어쨌거나 여성의 몸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에 부부사이라도 화두를 꺼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내는 나보다 더 건강한 체질이었고, 흔한 혈압이나 당뇨도 없었기에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그럼 일단 인근 산부인과 가서 가볍게 검사나 해보지 뭐. 간 김에 배란주사라도 놔달라고 해야겠다. 요샌 아기 가질 때 배란주사도 다 맞는대.”     


그렇게 우리 부부는 병원의 문턱을 넘게 되었다. 그리고 난임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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