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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소월 Aug 28. 2020

누군가 자신을 래디컬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한다면

K-래디컬 페미니스트란 무엇인가요?

주변에서 자신을 래디컬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또는 굳이 고르자면 리버럴보다는 래디컬 페미니스트에 가깝다고 말할 때도 있다. 이는 개념 혼동으로 시작한 잘못된 이해이다. 



일단 리버럴 페미니즘이란 자유주의 페미니즘으로 1세대 페미니즘을 뜻한다. 1세대 페미니즘인 만큼 가장 큰 특징은 참정권(서프레제트) 운동 또는 제도에서의 남녀 차별에 대한 저항이다. 래디컬 페미니스트는 68 혁명 이후 60~80년 사이에서 폭발적으로 이루어진 페미니즘 운동을 뜻한다. 제1 물결인 자유주의 페미니즘을 비판하면서 등장했으며 "가장 사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슬로건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현재 한국에서 (특히 커뮤니티 또는 인터넷) 이 용어가 함부로 쓰이고 있다. "리버럴은 자유주의이고, 자유주의는 좀 안전한 느낌이니까 리버럴 페미니즘은 즉 보수주의 페미니즘이야.", 또는 이것과 마찬가지로 "래디컬은 급진주의니까 급진적인 페미니즘은 래디컬 페미니즘이야." 거의 이런 식의 도식이 여기저기서 활용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재 한국에서의 "급진주의"는 특히 트랜스 젠더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즉 "보수주의 페미니즘(=리버럴 페미니즘)은 MTF 트랜스 젠더까지 함께 여성의 범주로 묶으려고 해. 하지만 이는 올바르지 않아 그래서 래디컬 페미니즘을 해야 돼. 왜냐하면 트랜스 젠더까지 함께 갈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이것에 대해서 많은 리버럴들이 비판하는데 이들이 너무 보수주의이고 앞서 나가지 못해서 그래."라는 논리로 이어진다. 




용어는 잘못된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리버럴과 래디컬 페미니즘은 시대에 따라 태어났고 여러 갈래로 나누어졌다. 이건 마치 인상주의 미술에 대한 역사와 시대적 맥락을 무시하고, "인상주의? "인상" 가는 대로 그리는 게 인상주의 미술이지."라고 생각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세잔과 고흐를 대표로 하는 인상주의 미술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히 자신이 갖고 있는 "인상"이라는 단어를 재구성하여 자기 마음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TERF(Trans-Exclusionary Radical Feminism)라는 말이 나온다. 현재 한국의 래디컬 페미니스트는 (대체로) 트랜스 배제적인 집단이며, 이들을 터프라고 부른다. 


물론 래디컬 페미니스트가 없지는 않다. 당연히 존재하고 이들이 무조건 트랜스젠더를 혐오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요즘 래디컬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거나 이 용어를 사용할 때 아무런 맥락도 고려하지 않고 이상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에 이렇게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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