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제 그만하려 한다.
이기적인 생각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벼랑 끝 콧노래를 부르며 겁 없이 앉아 있는 나를 잡는 건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이 아니라 나의 아내와 아이의 존재이다.
그들이 나를 뛰어내리지 못하게 잡고 있고 그게 아니라면 진작이 기쁜 마음으로 뛰어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난 가려한다.
몸은 떨어지고 없겠지만 나의 마음은 저 위로 날아가겠지?
좀 더 가벼워지겠지?
너무 아등바등 살아왔던 거 같다.
어떤 걸 위해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왔는지 지금은 잘 모르겠다.
해보고 싶던 것들을 모두 해보았다.
단지 내 아이가 나중에 커서 어떤 배우자를 만나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걸 못 봐서 아쉽다.
뛸 땐 뛰더라도 내 아이의 커가는 모습을 하늘에서 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작은 소원하나 품고 뛰련다.
아직 내 아이에게 사랑을 7년밖에 주지 못해 아쉽다. 막상 끝을 맺으려 하니 아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네.
이렇게 날 잡는 게 몇 번째인가
내 아내가 너무 고생이 많다. 내가 없다면 입이 줄어 좀 더 편해지지 않을까?
불량식품 같은 나 같은 아빠가 늘 아이에게 좋게만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어쩌면 건강식품 같은 엄마만 옆에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
20살 때부터 같이 있던 아내에게 지금은 너무 미안해지고 아무것도 주지 못하고 그녀의 시간을 쓰게 한 것 같아 마음이 아린다.
오랜 세월 같이 있었지만 지금 봤을 때 그 시간들은 오래되지 않은 정말 찰나였던 거 같다. 순식간이었고 그 시간들이 늘 행복했다.
내가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랑 있고 싶었다. 있다 보니 사랑도 받고 싶었다. 나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원했지만 그건 사치였다.
정말 부자가 돼서 잘해주고 싶었고 모든 걸 주고 싶었고 힘든 세상에서 나오게 해주고 싶었다.
그걸 못한 나에게 실망했고 그런 모습에 실망한 모습을 감추는 아내를 보며 나에게 한번 더 실망하고 말았다.
그때부터 나의 마음 한편에 finish라는 결승선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냥 아무것도 모를 때처럼 욕심이 크지 않았을 때처럼 살고 싶고 돌아가고 싶지만 그러기엔 너무 멀리 왔고 돌아가기 불가능하게 됐다.
다 나 때문이다.
내가 우리 가족의 인생이라는 마른 장작에 불꽃을 튀게 했고 그것이 타게 만들었고 유지를 못하고 재가 되게 만들었다.
내 잘못이다.
아내에게는 항상 미안했고 주고 싶은 것들이 많았고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많은 수식을 붙이지 않고 그냥 정말 보고만 있었도 눈물이 날 만큼 사랑했다는 진심을 전해주고 싶은데 방법이 떠오르질 않는다.
평생 아내의 손에 물을 묻히게 했는데 이렇게 마지막은 아내의 얼굴에 물을 묻히게 하는구나.
끝내면서까지 나는 이기적인 나쁜 놈이네
이제 난 가보겠습니다.
위로 올라가면 너네들의 수호천사로 다시 돌아올게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누군가는 그것을 견디고 누군가는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인생을 끝내는 경우를 난 뉴스에서만 봐왔기 때문에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느낄 정도로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언젠가 모든 일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은 그 언젠가부터 마음에 힘듦이 스며들어왔다.
실제로 잘못된 선택을 할 생각은 없었고 그냥 단지 상상을 해보았다.
만약 그런 상황이 된다면 정신과를 가거나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나의 상상은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했다.
문득 '여기서 끝이 난다면......'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냥 죽고 싶진 않았다.
하고 싶던 말들, 평소에 마음속에 하지 못했던 말들을 다 하고 가고 싶었다.
바로 펜을 잡아들고 쓰기 시작했다.
가상의 유서를 쓰며 내가 아직 글쓰기 초보라 나의 감정을 글에 다 담지는 못했지만 마음만은 격해져서 쓰면서도 눈물이 흘렀다.
유서를 쓰고 나니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그냥 무책임하게 떠나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