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 소리에 맞춰서 아침에 눈을 뜬다. 몽롱한 정신으로 내 육체는 어디론가 향한다. 곧이어 철컥하는 동시에 탕! 하는 소리가 들린다. 마치 총소리와 같다. 내 하루는 총을 장전하고 과녁을 맞힐 때 들리는 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다행히 층간 소음으로 이웃에게 피해 주는 정도는 아니다. 아침마다 나의 고막을 울리는 소리의 주범은 바로 채혈기다. 손가락 끝을 과녁 삼아 붉은 피를 내는 이 친구와 함께한 지도 올해로 24년이다. 피부를 뚫고 흘러나오는 한 방울의 혈액은 혈당스트립지에 묻힌다. 그리고 나는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숫자를 맞이한다.
시험을 치고 좋은 결과를 기다리는 수험생처럼 나는 매일 아침 좋은 숫자가 나타나길 고대한다. 이전날 내가 무엇을 먹었고, 어떻게 운동했고, 스트레스는 얼마나 받았고, 인슐린은 얼마나 투여했는지 등의 여부에 따라서 다음 날 아침의 결괏값이 달라진다. 이 숫자가 그날 아침 컨디션이나 기분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나는 1형 당뇨인이다. 당뇨면 당뇨지 1형 당뇨는 뭐지라는 생각이 들것이다. '소아당뇨'를 동일어처럼 사용하고 있지만, '1형 당뇨'가 정식 명칭이다.(소아당뇨는 잘못된 명칭이다.) 쉬지 않고 뛰는 우리의 심장처럼 우리 몸의 혈당도 그만의 바운스가 있다. 그리고 심장박동이 예측되지 않는 것처럼 혈당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예측보단 대응이 중요한 시대인 만큼 혈당관리도 대응이 중요하다. 이 명제를 몸소 체험한 시간이 꽤 길어서일까? 나는 무슨 일이든지 철저한 계획을 하기보단 대응을 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려고 한다. 실행력이 곧 경쟁력인 현재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나의 과거가 커다란 버팀목이 되고 있다. 앞으로 여기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