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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 될 수도 있었던 초코파이

by 당당약사

새벽이었다. 시간은 2~3시경 정도 되었을까. 알맹이는 누군가 먹었는지 비어있는 초코파이 2 봉지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15살 소년은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다. 그런데 갑자기 소년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눈물은 두려움과 공포, 절망 등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혼재된 것의 결과물이었다.

15살 소년이었던 내가 경험한 것은 저혈당쇼크 직전이었다. 종종 자다가 저혈당증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심각하면 혼수상태까지 빠질 수 있다. 나는 자다가 혼미한 상태로 부엌에 걸어가서 초코파이 2 봉지를 먹은 것이었다. 이때 나는 혈당관리를 위해서 군것질을 최대한 피했었다. 그래서 저혈당일 때 평소에 접하지 못하는 군것질을 많이 했다. 그렇게 중학교 2학년 소년은 본능적으로 당을 보충하기 위해 초코파이를 먹어치웠던 것이었다.

그때 맛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맛있게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식욕중추를 만족시키기 위한 나의 선택은 다시는 초코파이를 먹지 못하게 할 수도 있었다. 이날 이후 나는 제대로 된 대처를 통해 위기 상황에 빠지지는 않았다. 저혈당증이 발생했을 때는 단당류가 포함된 액체류를 먹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대처다. 당이 빠르게 흡수되기 때문이다. 초코파이와 같은 군것질은 혈당을 천천히 급격하게 올리기에 저혈당에는 무용지물이다.

무엇이든지 직접 몸으로 체험하는 것이 실보다 득일 때가 많다. 잘못된 대처로 인해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 봉착했더라도, 일단 그것을 잘 넘기고 나서 반면교사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사선을 넘나들며 먹었던 눈물 젖은 초코파이였기에 내 기억 속에 오래 남아있는 것 같다. 비록 그때의 맛은 기억이 안 나지만 현재 나의 순수한 오감으로 초코파이의 참 맛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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