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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당약사 Dec 07. 2023

오늘 내 몸에 얼마나 관심을 가졌나요?

하루 24시간 기준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한다. 어느 책에 따르면 사람이 하는 생각의 95퍼센트는 발생 가능성이 낮은 걱정이나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한다. 그럼 나머지 5퍼센트는 개인에게 의미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나는 이 5퍼센트 중에서 내 몸에 대해서 생각하는 비중이 최소한 30프로는 되는 거 같다. 이 정도 비율이면 내가 가용할 수 있는 에너지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매일 내 혈관 속 혈당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당연히 처음엔 귀찮고 낯설었다. 췌장 기능이 고장 나기 시작한 이후로 나는 변화에 대한 적응을 밥 먹듯이 해야만 했다. 너무 귀찮아서 외면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마음속 어딘가에서 불편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왜냐면 내 몸에 죄를 짓는 것 같은 죄책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방황 끝에 매일 나의 몸을 소중히 여기자고 자신과 약속했다. 이러한 다짐을 했을 때는 몰랐다. 그것이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금 돌이켜보니 나와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마음가짐과 행동이 나의 시간을, 일상을, 삶을 많이 변화시켰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식사한 후 쉬고 싶지만 식후 산책이 혈당 스파이크를 최소화하는데 좋다고 해서 꾸역꾸역 발걸음을 옮긴다. 웃긴 게 또 나가서 걸으면 좋다. 나는 약간 숨이 차고 등에서 살며시 땀이 나올 정도로 걷는다. 그렇게 20분 정도 산책을 하고 나면 머릿속 잡념도 증발되고 마음이 차분해질 때가 많다. 이어서 집에 돌아와 근력운동을 한다. 맨몸으로 스쾃을 하고 덤벨을 이용해서 팔과 어깨를 단련한다. 매일 하지는 못하더라도 주 3회 정도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

이런 순간이 점점 쌓이다 보니 그날 하루 안 좋았던 기분도 금세 좋아지고 내 몸뿐만 아니라 마음건강도 웃는 날이 많아졌다. 현재 나에게 가장 큰 자산이 무엇이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건강이라고 답할 것이다. 약국에 근무하면서 나는 많은 환자를 만나보았다. 이들은 육체적 질병보단 그로 인한 심적 우울감이 더 견디기 힘든 것 같았다. 나이가 들어서 우울한 현재와 건강에 신경 쓸 필요 없었던 과거를 비교하면 우울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나에게 '아플 날을 최대한 뒤로 미루며 살자'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그 어떤 목표보다도 항상 1순위에 놓아두고 그다음을 도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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