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당당약사 Dec 08. 2023

겨울냄새

긴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은 정 없이 왔다가 금세 사라지는 어느 보통날.

평상시처럼 옷을 입고 나갔다가 미세한 근육의 떨림을 느꼈다. 그리고 내 콧속 점막세포를 자극하는 알 수 없는 냄새를 맡았다.

겨울이 왔을 때 나는 냄새다.

이 냄새는 오묘하다.

차가운 공기에 섞여서 내 콧속 점막세포를 건조하게 만드는 동시에 나를 정화하는 냄새랄까. 심호흡을 할 때면 뭔가 깨끗해지는 느낌이다.

나는 이것을 겨울냄새로 칭하며 한동안 기나긴 겨울을 맞이할 생각에 설렘을 느낀다.

나는 열이 많아서 그런지 겨울에 부는 차디찬 바람이 매섭지만 그렇게 싫지 않다. 겨울이 정적인 계절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겨울을 동적인 계절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차디찬 바람이 매서울 때 여기에 맞서기 위해선 힘이 필요하다.

이 힘은 가만히 있으면 절대 생길 수 없고 살아남기 위한 노력과 실행력이 있어야 유지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면 어느샌가 모르게 나는 성장해 있다.

그리고 따뜻한 봄을 맞이한다.

지나고 보니까 겨울이 무엇을 시작하기에 좋은 계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싹이 피어나는 시기가 봄인 것처럼 겨울에 무엇을 시도해서 기초를 다지는 것이 시기상으로도 적절해 보인달까.

겨울에 움츠러들어 있기보단 나의 능동성을 유지하는 게 나의 행복이고 기쁨인 것 같다.

이번 겨울냄새도 나에게 향긋하게 기억되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 내 몸에 얼마나 관심을 가졌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