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지막한 식사를 하고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보내던 어느 날 아침,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에 운동을 하러 갔다. 평일 아침이라 사람이 없을 것 같은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다. 나와 같은 30대부터 중장년층의 여성과 남성이 각자의 페이스에 맞게 운동을 하고 있다. 같은 시간에 가면 대부분 익숙한 얼굴이다. 자주 만난다고 인사를 하지는 않는다. 단지 나 혼자만 속으로 느끼는 반가움이랄까. 그 시간대에 늘 마주쳤던 주민이 없으면 괜스레 궁금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내가 남에게 관심이 많은 편도 아니다. 익숙함과 친숙함 그 어딘가의 사이에서 느끼는 감정인 거 같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옛말이 있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자주 마주치는 사람에게 느끼는 정겨움은 인간의 본능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만히 보면 나는 이 본능에 대해 잊고 살거나 거스를 때가 종종 있는 거 같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유독 자주 마주치는 사람이 있다면 인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 상대방이 먼저 하면 나도 흔쾌히 인사를 한다. 하지만 내가 먼저 자발적으로 하는 경우는 드물다. 단 몇 초의 시간이지만 인사의 유무에 따라 그 공간 속 공기의 온도는 다르다. 인사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차갑지 않은 미지근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따뜻함을 바라는 건 욕심일 수 있지만 미지근함을 유지하는 건 큰 노력 없이 할 수 있는 거 아닐까? 세상이 차가움을 향해 달려가더라도 내가 존재하고 있는 공간과 시간만큼은 적어도 미지근함을 유지하며 살고 싶다. 그러면 내 마음도 부드러워지는 날이 많아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