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아버지가 되어가는 6년차 아빠 육아 이야기
"그런데 기침을 이렇게 많이 하는데 왜 골랐어? 잘못 고른 거 아니야?"
우리 첫째는 기침이 심한 감기에 자주 걸린다. 태어날 때부터 폐와 기관지가 약하게 타고 태어난 지라 정말 시도 때도 없이 기침 감기에 걸렸었다. 기침이 심할 때에는 병원에 입원 신세도 종종 졌었다. 그 덕분에 아내와 나는 회사에 번갈아 연차를 내며 1주일간 병원에 머문 적도 있었다.
불과 얼마 전에도 바닷가에 가서 재미있게 물놀이를 하고 난 다음 날부터 기침을 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이튿날 새벽에는 39.7도까지 열이 올라가기도 했었다. 밤새 열을 낮추고, 병원에 가서 진료를 보니 일단 편도염 진단을 받고 약을 받아 왔다. 약을 먹고 현재는 기침이 줄어들고 있는 중이다.
3일 전 밤이었다. 우리 가족은 처음부터 분리 수면을 시도하지 않아서 한 방에 누워서 다 함께 잔다. 자기 전에 이런저런 얘기를 두런두런 나누다가 잠에 든다. 이날 밤에도 역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엄마가 첫째에게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OO아, 엄마, 아빠한테 오기 전에는 뭐 했어?"
"하늘에서 놀고 있었지. 그런데 엄마, 아빠가 나를 고르더라. 왜 나를 골랐어?"
"OO이가 너무 착하고, 멋져서 골랐지~!"
"그런데 기침을 이렇게 많이 하는데 왜 골랐어? 잘못 고른거 아니야?"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전혀 아니야~ 기침은 살다보면 많이 할 수도 있어. 엄마, 아빠는 OO를 있는 그대로 정말 사랑해."
살다 보면 건강, 인간관계, 돈 등의 문제가 지속되면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면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볼 수 있다. 그럴 때 자기가 마음놓고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있다는 것은 정말 큰 도움이 된다.
남들이 보기엔 확대 해석을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걱정이 많은 필자의 입장에서 잠깐 생각해보면, '첫째가 자신의 건강 상태 때문에 남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았을 수도 있었겠구나.', '스스로의 가치를 아주 잠시라도, 무의식적으로라도 안 좋게 본 적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도 그렇고 아직 16개월밖에 안 된 우리 둘째도 그렇고 살다 보면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도 있겠지만,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도 분명 있을 것이다. 우리 자녀들에게 많은 것은 못 물려주더라도 자녀들이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 마음놓고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 하루도 힘차게 살아가는 브런치 독자님들에게도 본 필자의 글 하나하나가 버팀목이 되는 그런 순간이 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