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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떠 보니 두 아이 아빠

점점 아버지가 되어가는 6년차 아빠 육아 이야기

by 밥상쌤의 진수성찬

<할아버지, 할머니의 육아법>

코이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코이라는 물고기는 작은 어항에서는 5~8cm만큼만 자라고, 자신이 사는 연못이나 강이 큰 경우에는 최대 120cm까지 자란다고 한다. 자신 주변을 둘러싼 환경이 성장에 있어 중요함을 말하고자 할 때 코이 물고기 이야기가 종종 등장한다.

아빠가 되어보니 자녀들을 양육할 때 자녀들의 행동에 제약을 두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는 본 필자의 삶에 여유가 없는 탓이 크다고 본다. 자녀들이 무언가를 하고자 할 때, 안전상의 이유에서는 당연한 것이라 생각해서 제약을 두었지만 경제적 이유 그리고 기타 현실적 이유(우리의 삶의 여유가 없어질 때)가 있을 때에는 제약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이 되어도 제약을 두는 경우도 꽤 많았다. 우리 부부는 이러한 후자의 제약은 자녀 양육을 할 때 어쩔 수 없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애써 위로하기도 하였다.

본 필자는 어릴 때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에 자랐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셔야 해서 주말에만 만났다. 그당시 부모님도 지금의 본 필자처럼 삶에 여유가 많이는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맡겨야 할 만큼 본 필자보다 더 여유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나중에 본 필자가 초등학생이 되어서 부모님과 함께 살 때에도 여러 이유에서 제약이 많았다. 그래서 답답한 경우도 많았다.

반면에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 때는 달랐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돈이 많거나 한 건 아니었다. 아주 시골집에서 사시고 밭농사와 벼농사를 지으셨다. 그래도 항상 여유가 가득했다. 적어도 손자가 보기엔 말이다. 할아버지는 농사가 없는 날에는 시내에 나가셔서 항상 꼬불꼬불한 용수철이 달린 공책과 볼펜을 사오셨다. 손자가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당신의 마음이 가득 들어 있었다. 할머니께서는 그당시에는 아주 귀했던 김과 참기름을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해주셨다. 그래서인지 어른이 된 지금도 김과 참기름을 너무 너무 좋아한다. 또한 할아버지, 할머니는 본 필자의 미래에도 제약을 두지 않으셨다. 'OO이는 커서 훌륭한 서울대학교 총장이 될거야.'라고 늘 말씀하셨다. 그당시에, 더군다나 시골에 사시던 할아버지, 할머니 입장에서는 서울대학교 총장이 가장 훌륭한 사람으로 보였으리라 짐작이 된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든든한 지원 덕분에 본 필자는 그래도 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

어느날 주말에 아이들의 할아버지, 할머니(본 필자의 부모님)와 시간을 함께 보냈다. 당신들도 어느덧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다보니 점점 삶에 여유가 생기는 모습이셨다. 특히 우리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훨씬 더 여유로운 모습이셨다. 우리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여유를 갖고 항상 지켜봐 주셨다.

이런 일도 있었다. 첫째 아이가 사고 싶은 블럭놀이가 있었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우리는 여러 이유를 대며 안된다고 하였다. 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는 바로 된다고 하셨다. 또 그 블럭놀이에 10세 이상이라고 되어 있어서, 우리는 이건 10살 형이 하는 거라서 안된다고 하였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OO이는 다 할 수 있다고 하셨다.

집으로 돌아와서 첫째가 블럭놀이를 뜯어보았다. 평소 첫째는 블럭놀이를 좋아하고 많이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부는 첫째가 스스로 다 만들 수 있을까 내심 걱정을 많이 하였다. 첫째는 2시간 동안 꿈쩍않고 있더니 결국은 그 블럭을 다 완성하였다. 그리고는 10살 형이 하는 건데 자기가 다해냈다며 너무나 좋아했다. 본 필자는 다시 한 번 느꼈다.

"할아버지, 할머니만큼은 아니지만 할아버지, 할머니의 마음으로 우리 아이를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이 본인들의 삶을 더 멋지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제약을 두지 않고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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