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아버지가 되어가는 6년 차 아빠 육아 이야기
<자녀의 인간관계에 대한 고찰>
"아빠, 오늘은 어린이집 안 가면 안돼?"
본 필자가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인생을 살면서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 중 하나가 바로 인간관계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실제로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태어남과 동시에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다.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이 방문을 닫고 지구상에서 나 혼자 있고 싶다고 생각해도 그 순간 그들이 입고 있는 옷, 누워 있는 침대는 지구상 자기 혼자만 있었을 때는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어른이 되어 회사에서 벗어나서 혼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싶다 해도 그 커피 한 잔은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서 탄생한 얽힘의 산물이다. 이처럼 사람과의 관계 맺음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떼려야 뗄 수가 없다. 어차피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한다면 아무렇게 관계를 맺는 것보다는 올바르게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 근묵자흑이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관계를 누구와 어떻게 맺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기도 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들이 건강, 돈, 명예만큼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관계로부터 많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은 직장생활을 하는 어른에게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어리더라도 친구를 사귀기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이 모든 것들이 시작된다.
첫째가 어린이집에 가는 어느 평일 아침이었다. 돌연 오늘은 어린이집에 안 가면 안되는지 물어보았다. 혹시 왜 오늘은 어린이집에 가고 싶지 않은지 물어보았다. 처음에는 망설이다가 곧 대답하였다.
"어린이집에서 놀 친구가 없어."
"엥? 어제까지는 친구들이랑 잘 놀았잖아?"
"내가 좋아하는 OO이는 계속 ㅁㅁ이랑만 놀려고 해."
"그럼 다른 친구랑 놀면 될 것 같은데? 다른 친구들을 한 번 찾아보자."
일단은 잘 얘기해서 어린이집에 보냈다. 한편으로는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어린이집에 안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때로는 회피가 답이 될 수도 있지만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언제까지 회피만 하면 결국 해피하게 살 수는 없었다. 자신에게 일어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힘을 기르는 것도 중요했다.
왜 이렇게 확신하냐고? 일단 본 필자도 예기치 못한 인간관계 문제 때문에 인생이 너무 힘든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본 필자는 인간관계 문제 때문에 회사도 가기 싫고 일상생활도 잘 되지도 않았다. 아마 본 필자의 첫째가 겪은 느낌과 비슷하리라 생각이 된다. 그렇게 무기력한 삶을 보내던 중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정신과를 방문하였다.
"선생님, 회사를 당분간 쉬는 것도 도움이 될까요?"
의사 선생님은 일단 본 필자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고는 다시 차트를 보며 말씀해 주셨다.
"자전거 아시죠? 자전거 타는 게 힘들다고 해서 안 타면 어떻게 되죠?"
"결국엔 녹이 슬죠."
"자전거를 계속 타면서 덜 힘든 방법을 생각해봐야 해요. 만약에 회사를 지금 쉰다 해도 언젠가는 회사에 다시 돌아가야 하는데 그때는 지금의 배 이상으로 힘들 수도 있어요."
'많이 힘드시죠? 좀 쉬세요.'라는 말을 내심 기대했었는데 예상과는 전혀 다른 대답에 적잖이 당황은 했지만 이 말씀이 오히려 나에게 힘을 주었다. 일상으로 복귀한 뒤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약은 먹지 않았다. 그리고 그 말씀을 되새기며 하루하루 이겨내기 위해 힘썼다.
특히 친구관계(인간관계)의 문제는 부모나 심지어 선생님이 대신 해결해 줄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본 필자는 이런 철학이 있었기에 당장 아이의 선생님께는 따로 말씀드리지는 않았다. 이런 철학 또한 본 필자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본 필자는 학교에서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책임지는 생활안전부장 업무를 맡은 적이 있었다. 종종 담임선생님들로부터 아이들의 교우 관계 문제와 관련하여 문의가 들어왔다. 때로는 학부모들에게서도 본인 자녀들의 교우 관계 관련 문의가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꽤 많이 문의가 들어온 사례를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본 필자가 담임할 때도 너무나도 많이 겪은 사례이기도 하다)
A라는 학생과 B라는 학생은 유치원 때부터 계속 알아오던 친구이다. 부모님과도 잘 알아서 1년에 한 번 정도는 함께 가족여행을 다녀올 정도이다. 오랫동안 만나온 만큼 친하다고 생각할 수는 있는데 만날 때마다 크고 작은 다툼이 일어난다. 특히나 올해는 같은 반이 되어서 더 많이 부딪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계속 같이 지내려고 한다. 아이들도 그렇고, 부모님도 그렇고 자꾸 다투는데도 자꾸 같이 지내려고 한다.
이럴 경우에 본 필자는 어떤 방식으로 답변을 해드렸을까? 인간관계에 정답은 없다. 정답이 없기에 사람마다, 부모마다, 선생님마다 가지게 되는 철학과 대처하는 방식은 다르다.
본 필자의 철학은 '모든 인간관계에는 적절한 거리와 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의를 주신 분들께, 과거엔 아무리 친했더라도 지금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로 답변을 드렸다.
너무 친하다고 해서 거리를 좁히는 것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요즘 종종 뉴스에 대두되는 집착, 스토킹 범죄를 예로 들 수 있다. 또한 '옛날에는 친했는데 요즘에는 왜 그렇지?'라고 생각하는 관계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런 관계에서는 적절한 쉼이 필요하다. 관계는 계속 변한다. 그렇기 때문에 관계를 고정 불변하는 것으로 보는 것에서부터 스트레스가 올 수 있다.
본문으로 돌아가서, 저기 A라는 학생과 B라는 학생의 관계는 보통 어떻게 끝나게 될까? 아무리 부모님, 선생님 등 주변에서 적절한 거리를 유지시키기 위해 노력해도 잘 되지는 않는다. 또 다투다가 잘 지내다가를 반복한다. 그러다가 본인들이 깨달아야 그 관계에 적절한 거리가 유지된다.(학교폭력으로 신고되는 유형 가운데에서도 이런 유형이 있는데, 아이들끼리는 결국 다시 잘 지내는데 부모님들끼리 서로 마음이 상해서 큰 일로 발전되는 경우도 더러 보았다.)
모든 것에 이론과 실제가 다르듯이 인간관계에 본 필자만의 철학이 하나둘씩 생기는 것는 별개로 실제로 본인이 인간관계 문제를 겪거나 본 필자 주변에서 인간관계 문제를 겪는 것을 보게 되면 늘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이 글이 인간관계에 지친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이 글을 마친다. (인간관계에 관한 글도 곧 연재 예정이다.)
<우리 아이의 그 뒤 이야기>
'아들아, 다른 친구들이랑 잘 놀았어?'
'아니, 그냥 OO이랑 재밌게 잘 놀았어.'
'(이건 뭐지?아, 어디서 많이 봤던 것 같다) 아, 그렇구나, 그러면 됐어. 앞으로도 잘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