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아버지가 되어가는 6년 차 아빠 육아 이야기
"OO이랑 목욕탕에 좀 가."
한가한 일요일 오후, 아내가 등을 떠민다. 벌써 목욕 바구니도 다 꾸려져 있다. 아내가 한 얘기를 듣고 첫째도 목욕탕에 가자고 조른다. 아내랑 둘이서 같이 가면 제일 좋으련 벌써 만 5세가 된 아들은 아내와 같이 갈 수가 없다.(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 별표4-목욕실 및 탈의실은 만 4세(48개월) 이상의 남녀를 함께 입장시켜서는 안된다.) 하는 수 없이 아들과 함께 목욕탕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목욕탕에 가 보니, 등이 떠밀렸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부자(父子)처럼 보이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서로의 등을 밀어주며 그들만의 유대감을 쌓고 있었다.
목욕탕은 沐(머리를 감고), 浴(몸을 씻는), 湯(따뜻한 물)이 있는 곳이다. 직역을 하면 머리, 몸 등을 씻는 곳이지만 목욕재계라는 말이 '의식을 올리기 전 부정타지 않도록 몸과 마음을 깨끗이 단정하는 의미'이듯이 목욕 그리고 목욕탕은 단순히 몸을 씻는 것 그 이상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살펴보면 신라 시대의 화랑은 심신 단련을 목적으로 목욕을 했던 기록이 있고, 삼국시대, 고려시대의 경우에도 종교적인 이유(불교의 영향)로 목욕을 했던 기록도 있다. 또한 조선시대에도 왕실에서 온천을 직접 찾아서 온천욕을 했던 기록도 찾아볼 수 있다.
본 필자에게도 목욕탕은 몸을 씻는 곳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본 필자의 어린 시절에도 돌이켜보면 목욕탕과 관련이 있다. 어린 시절, 너무나도 바쁘셨던 아버지와는 무언가를 함께한 기억이 잘 없다. 텔레비젼을 보면 텔레비젼을 꺼라, 밥을 안 먹으면 밥 빨리 먹어라와 같은 명령-행동뿐이었다. 그래도 주말에는 목욕탕과 관련한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었다. 매주 일요일 저녁에 치루어지던 가족 행사가 바로 목욕탕에 가는 것이었는데 목욕탕에서 아버지와 목욕을 하고나면 몸에 묵은 때뿐만 아니라 그동안에 아버지와 쌓여 있던 묵은 감정마저 벗겨지는 느낌이었다.
어느덧 본 필자가 아빠가 되어서 아들과 함께 목욕탕에 오게 되니, 어린 시절만큼이나 목욕탕이란 곳은 씻는 곳 이상의 큰 의미를 여전히 담고 있기도 하다. 특히나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아버지 등을 밀어주겠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 등은 비록 시원하지는 않지만 눈가는 촉촉해지고 마음은 시원해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아들과 별로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아들은 목욕탕에 한 번 갔다오면 정말 좋았다고 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아내가 등을 떠민건, 아내가 보기에 우리 아버지와 본 필자가 그랬듯이, 우리 아들과 본 필자 사이에 끼어있는 그런 묵은 때를 씻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