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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시선

아직 말 못하는 두 살 배기 둘째의 시선에서 바라보았습니다.

by 밥상쌤의 진수성찬

오늘도 눈을 뜨니 엄마가 없다. 분명히 엄마랑 같이 잤는데 푹 자고 눈을 뜨면 엄마는 없고 오빠랑 아빠는 자고 있다. 푹 잤더니 배가 고프다. 내가 일어난 걸 알려줘야겠다. 일단 울자. 그러면 아빠가 일어나서 우유를 주겠지?


"으앙"

"우리 OO이 일어났어? 잘 잤어? 우유 줄까?"

"네"


아빠가 타준 우유는 맛있다. 아빠가 타서 맛있는지 우유가 원래 맛있는지 모르겠다. 일단 먹자. 아 그런데 늘 우유양이 부족하다. 또 울자.


"OO아. 또 우유 모자라니?"

"네"

"일단 그 정도만 먹어~ 어린이집 가야돼."


그 사이에 오빠가 일어난다. 오빠는 일어나서 울지는 않는다. 그리고 오빠는 우유를 안먹는다. 대신에 밥을 먹는다. 아! 오빠는 그리고 혼자서 이를 닦고 혼자서 옷을 입는다. 오빠는 대단하다. 나보다 뭐든지 다 잘한다. 가끔씩 샘이 나기도 해서 오빠를 몰래 때리기도 한다. 그럴때마다 엄마, 아빠는 어떻게 아는지 오빠한테 미안하다고 말하라 한다. 그래도 괜찮다. 아빠는 나를 많이 신경써준다. 지금도 내가 우유를 다 먹고 나면 얼굴도 닦아주고 옷을 입혀준다. 그런데 아빠가 옷을 입혀줘도 귀찮네?^^;


"팔이 어디 있나, 요기~"


아빠가 노래를 불러주면 팔이 더 잘 들어간다. 신기하다. 울려고 하다가 참았다. 아! 아빠는 머리에 그냥 핀만 꼽아주신다. 엄마가 있었을 때는 머리도 묶어주셨는데... 그래도 괜찮아. 어린이집에 가면 선생님이 정말 멋지게 묶어주시거든.


아빠랑 오빠랑 어린이집을 가는건 재미있다. 두 달 전에는 어린이집이 처음이라서 많이 울었는데, 지금은 선생님도 친절하고 친구들도 다 여자친구들이라서 편안하다. 그래서 아빠가 '어린이집 갈래요?'라고 물으면 항상 '네'라고 대답한다. 아빠랑 오빠랑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선다. 어린이집은 근처에 있어서 내 스스로 걸어갈 수 있다. 그래도 아빠 품이 나름 좋으니까 안아달라고 하자. 안겨서 가면 편안하고 좋다.


어린이집에 다녀오면 엄마가 데리러 올 때도 있다. 어제 잘 때 보고 못봐서 엄마를 보면 더 반갑다. 그래서 엄마가 오면 더 기분이 좋은 느낌이 든다. 오늘도 엄마가 오면 바로 안아줘야지. 엄마를 잘 못봐서 그런지 엄마만 보면 더 투정부리고 싶고 떼를 쓰고 싶기도 하다. 그래도 엄마가 잘 받아주어서 마음이 편안하다. 아빠는 오빠한테 가끔 뭐라고 하는 모습을 보면 조금 무섭기도 해서 아빠한테는 떼를 잘 쓰지는 않는다. 그래도 아빠는 나를 보면 항상 웃어주니까 다행이긴 하다.


오늘은 여기까지!


※평소에 첫째와 관련된 이야기만 해서 소외된 둘째의 이야기를 다루어보고 싶었습니다. 나름 둘째의 시선에서 썼다고는 하나 필자의 주관이 들어간 점은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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