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아버지가 되어가는 6년 차 아빠 육아 이야기
"아빠, 저 갖고 싶은게 있어요."
"뭔데?"
"레O(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 블럭입니다.) 하나 사주세요."
첫째가 만4살이던 작년 무렵의 일이다. 평소 첫째는 블럭 조립을 좋아한다. 그래서 생일이나 어린이날 등 각종 기념일에 선물로 받고 싶은 것에 항상 블럭이 포함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크기가 자기 손톱보다 작은 레O 블럭을 원한다. 그럴 때마다 본 필자는 심장이 '쿵'한다. 그리고 정신이 아득해진다. 절대 가격 때문은 아니다.(아주 조금 그렇긴 합니다.) 그러면 무엇 때문일까?
바로 레O 블럭 조립의 주인공은 본 필자이기 때문이다.
"아빠, 이거 만드는 것 좀 도와줘."
레O 블럭을 사고 나면 본 필자가 거의 다 만들어주었다. 기본 조각 수가 100개가 넘어가고 평균 200개 정도이다. 안그래도 손재주라고는 1도 없는 본 필자가(평소에 물건을 잘 고장내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위해서 만들다보면 장장 2시간의 대장정을 거쳐야 한다. 2시간동안 가만히 앉아서 조그마한 조각들을 쳐다보고 있다보면 허리도 뻐근해지고 눈도 시큰해진다. 완성된 레O 블럭을 보며 좋아하는 아들을 보면 그래도 뿌듯하긴 하지만 계속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날 본 필자는 큰 결심을 했다. 그리고 아들에게 말했다.
"OO아, 앞으로는 너가 만들 수 있는 것만 사도록 하자."
블럭 크기도 레O보다 조금 더 크고 조각 수도 더 적은 블럭(다O소에 이런 종류를 많이 팝니다.)을 사서 아들이 직접 해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들에게는 당연히 본 필자가 도와주는게 익숙했기 때문에 본 필자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한 적이 많았었다. 그래도 아들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었다. 그리고 중간에 잘 안되는 부분만 본 필자가 도와주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부품 정도만 찾아주었다. 어느 순간 아들의 실력이 점점 늘더니 어느덧 자그마한 레O도 혼자 만들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만5세가 넘은 이제는 본 필자가 도와준다고 해도 손사레를 치며 본인이 직접 다 만들겠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을 도와준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독자분들이 익히 너무나도 잘 알고 계시는 내용이다. 진정한 도움이란 직접 그들의 입에 밥을 떠먹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자녀들의 일거수일투족까지 도와주시는 부모님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들은 도움이라는 명목 아래 자녀들을 부모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를 만들고 있다. 당연히 자녀들을 그렇게 만들고 싶어하는 부모님은 계시지 않을 것이다. 자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 자녀가 이 세상을 본인들보다 더 잘 살 수 있게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도움의 방식이, 자녀들이 발'돋움'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발을 하나도 딛지 않게끔 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느낀다. 본 필자도 레O 블럭 조립에서 깨달았듯이, 도움이란 것은 '돋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임을 아차!하고 깨닫지 않으면 앞으로의 자녀들의 삶뿐만 아니라 본인들의 삶도 더 힘들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최근에는 초, 중, 고를 넘어 심지어 자녀가 어엿한 성인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교, 군대에서까지 자녀들의 일거수일투족까지 신경쓰는 부모님들이 종종 매스컴에 등장하고는 한다.
<대학교 사례>
- 아이가 수강 신청에 실패했으니 우리 애까지만 수업에 넣어달라.
- 영재고 출신 아이가 이런 성적을 받을리가 없는데 재채점 후 등급을 올려달라.
<군대 사례>
- 우리 아이 훈련에서 빼달라.
- 우리 아이 약은 먹였느냐.
- 우리 아들은 왜 사진에서 안보이냐.
- 우리 아이가 잠자리 예민하니 자는 시간에 명상 음악을 듣기 위해 이어폰을 달라.
본인들의 관심이 자녀들에게 도움만 된다면 정말 다행이지만 도움과는 별개로 이 세상을 '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자녀들을 제대로 도와주는 것이 맞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가령, 나무가 땅에 제대로 뿌리 박히기 위해서는 모진 비바람도 견뎌야 할 때도 있고 거친 눈보라도 헤쳐나가야 할 때도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나무가 뿌리 박힐 수 있도록 지지를 해줄 수는 있지만 계속 붙잡기만 하면 나중에 나무가 스스로 땅에 뿌리를 박을 수가 없다. 이러한 원리를 생각해본다면 우리 자녀들이 앞으로 이 세상을 잘 '돋움'해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본 필자도 레O 블럭 사건을 기회 삼아 우리 자녀들이 잘 '돋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