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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목란 바라기 Jan 15. 2021

근래 중국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왜곡하려는 까닭은?

중국은 왜 김치와 한복을 자기네 것이라고 우길까?

십 년 전 중국 상하이에서 유학을 하고 있을 때 일이다. 당시 필자는 좀 많이 가난했기 때문에  머리를 깎으려면 비싼 한국 미용실이 아니라  훨씬 싼 중국 미용실에 가야 했다. 하루는 모처에서 머리를 깎는데 옆에서 빠마를 하는 중국 아지매가 필자가 한국인인걸 알고 말을 걸었다.


"예전에는 한국이 중국의 부속국이었는데 말이야. 지금은 아니네. 그래도 한국은 작은 나라이니까. 우리 중국에게 형님이라고 불러야 하는거 아닌가? 아니지 차라리 우리 중국과 합쳐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야 안심하고 살 수 있을텐데."


이런 말에는 익숙해져서 아무 대꾸 없이 가만히 거울만 보고 있었다. 똥개도 자신의 구역에서는 먹고 들어간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반면에 거울 속에서는 내 머리를 깎고 있는 미용사 청년의 얼굴이 아주 난처한 표정으로 일그러졌다.  아마 그 미용사 청년은 알고 지내는 한국인이 많았나 보다. 미용사 청년이 아지매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저기.. 아주머님... 그런 말은 별로 듣기 좋지 않은 것 같은데요.."


"뭐가 듣기 좋지 않은 말이야? 사실을 말하는 게 뭐 잘못이야?"


아지매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미용실 안을 갈랐다.


이는 많은 중국인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일화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원래 중국의 일부였기 때문에 중국과 동화되어야 한다. 중국이 국뽕에 본격적으로 빠지기 이전인 후진타오 때에도 이런 말을 심심치 않게 들었다. 그렇다면 대놓고 국뽕을 주입하는 시진핑 치하에서 중국인들은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근래 들어 한중 양국이 관련된 역사적 사실 해석에 대해서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반응이 심상치 않다.


예컨대 방탄소년단이 "밴플리트상"을 수상하면서 한국전쟁에 대해 한국과 미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를 기억하자고 발언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중국 네티즌들은 이 발언은 한국전쟁 때 전사한 중국 군인들의 희생을 무사한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리면서 방탄소년단이 광고 모델로 나온 제품들의 불매운동을 벌였다. 그러자 이에 중국 외교부는 역사를 거울 삼아 미래를 향해서 우호를 추구하자는 간단한 논평을 내놓았다.  https://www.bbc.com/korean/news-54506944. 하지만 이 일이 있은 뒤 시진핑이 10월 말 직접 공식석상에서 한국전쟁, 즉 항미원조는 미국이라는 외세에 대항해서 저항해서 승리한 위대한 역사라고 강조하였다. 따라서 중국 외교부의 저 발언은, 현재 미중 무역 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한국에게 중국과 같이 미국에 대항해야 한다는 권유를  암시한다고 할 수 있다. 


시진핑이 항미원조 연설을 한 지  1주일 정도가 지난 뒤인, 11월 초, 중국산 게임 《샤이닝니키》가 한국에서 서비스를 종료하였다. 

https://www.thisisgame.com/webzine/news/nboard/4/?

https://namu.wiki/w/%EC%83%A4%EC%9D%B4%EB%8B%9D%EB%8B%88%ED%82%A4%20%ED%95%9C%EB%B3%B5%20%EC%82%AC%ED%83%9C

왜냐하면 일부 중국 네티즌들이 《샤이닝니키》에서 출시한 한국의 한복을 중국의 한푸라고 명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분개하였고, 이를 게임사가 동조하면서 국론을 따라야 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의 공청단까지 저 중국 네티즌의 주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그리고 올해 1월 2일 중국 UN 대사가 손수 김치를 담은 사진을 올리더니, https://twitter.com/ChinaAmbUN/status/1345727849030942721 1월 9일에는 중국의 인기 유튜버인 李子柒가 한국의 김치를 다른 중국 음식들과 함께 조리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https://www.youtube.com/watch?v=B6bJ_vTslyo&t=582s 물론 중국 음식 가운데 한국의 김치처럼 채소를 염장해서 만든 음식이 없을 수 없다. 그런데 동영상에서 나오는 김치는 중국식이 채소 절임이 아니라 한국의 김치와 거의 같았다. 한국과 중국의 문화에 대해 무지한 외부인의 눈에는 김치가 마치 중국 음식처럼 비춰지기 십상이다. 당연히 이에 대해서 한국의 네티즌이 반발을 하였고, 이에 대해 중국 네티즌들은 한국의 김치도 원래 중국 것이라고 하면서 《시경》에 나오는 菹라는 글자가 바로 이를 증명하며, 김치는 원래 사천지방에서 유래되었다고 견강부회하고 있다. 




요컨대 지난 10월 말 부터 이번 1월 초까지, 중국 정부에서 직접 나서서 한국의 역사와 전통을 자신의 것이라고 왜곡하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 한국 네티즌들은 중국인들의 열폭이라고 조소하는데, 필자는 생각이 약간 다르다. 서두에서 언급한 일화가 보여주듯이, 많은 중국인들은 역대로 한국이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본인들에게 종속되었기 때문에,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중국의 일부로 여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길지 모른다. 그래서 중국인의 관점에서는 한복도 김치도 중국의 것이라는 논리가 성립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중국인들은 근래 한국 문화가 세계에서 꽤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부러워해서 한복과 김치의 주인이 누구인지에 대해 논란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중국의 일부에 불과한 하찮은 한국인들이 건방을 떠니까 그들의 주인이 누구인지 다시 증명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더욱 심각한 문제는 중국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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