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세간잡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목란 바라기 May 31. 2018

페미니즘이 남초 커뮤니티에서 배척당하는 까닭

필자의 어머니께서는 운동빼고 모든 방면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 싸닥션을 열 번 때릴 정도의 재능을 타고 나셨다. 그런데 여자라는 이유로 다른 선택지를 고려할 기회도 박탈당한 채 불효자를 키우실 수 밖에 없었다. 페미니즘은 이런 여성에게 씌워진 사회적 멍에를 제거하기 위해 등장한 것처럼 보였다. 비슷한 이유에서, 비록 지금은 한국 페미니스트들의 공공의 적이 되었지만, 유아인도 페미니스트를 자칭했었다. 왜냐하면 자기 집안의 가부장제에서 신음하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연민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 세대의 고통에 공감하고, 여성이 밤 길을 혼자 다니는 것을 두려워 하는 하는 일에 공감하는 남성들은 기실 적지 않다. 하지만 남초 커뮤니티에서 페미니즘은 악의 대마왕 취급을 받는다. 분명 여성이 사회적 약자인 측면이 있다는 주장에는 공감하는 이들이 있을지언대 말이다. 이에 페미니스트들은 한국 남자들은 원래 젠더 감수성이 부족했다고 비판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남초 커뮤니티에서 원래 저렇게 젠더 감수성이 부족했을까? 


엠팍은 필자가 주로 눈팅하는 남초 커뮤니티이다. 중학교  부터 한화팬이자 게임에서는 주로 여캐만 골라 플레이한 본인에게  알맞는 장소가 아닐  없다엠팍에는 분명    만해도 여성 친위대라고  정도로 여성들에게 우호적인 집단들이 있었지만지금은 페미니즘하면 다들 고개를 설래설래 흔든다엠팍에서는 어느 시기를 기점으로 페미니즘의 우군 후보자들이 사라져 버렸다 페미니스트들 자신들은 섹시한 여성들의 사진을 보고 헉헉 대는여성을 대상화 하는 커뮤니티의 남정네들과는 상종하기싫다고 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해일이 몰려올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는 페미니스트들의 바램과는 달리 소위 빻은 남자들의 숫자는 점차 늘어가는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유아인의 애호박 트윗 사건으로 오유부터 일베까지 대동단결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http://www.segye.com/newsView/20180529003913


"29일 만난 30대 남성 김모씨는 미투운동으로 촉발된 여성인권 운동과 사회변화에 대해 쓴소리를 뱉었다. 그는 결국 ‘골라 먹겠다’는 뷔페미니즘으로 인해 남성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대부분의 남초 커뮤니티의 여론을 대변한다. 


사실 페미니스트들이 그린 휘황찬 미래는 헐리우드나 구글의 사례 등의 일부 상층 계급의 남자들만이 일할 수 있는 장소를 무대로 삼았다. 그런데 똥냄새가 가득한 진창에서 구르는 보통 남자들이 그들이 그리는 풍경에 공감할 수 있겠는가. 서 있는 자리가 다르면 보이는 풍경도 달라 보인다고 했다. 얼마 전 페미니스트들이 여성과 사적으로는 1:1로 만나지 않겠다는 펜스룰에 대해서 여성 배제라는 목적이 숨겨져 있다고 비판했던 것이 기억난다. 대다수 한국의 페미니스트들 말대로 펜스룰이 여성 배제를 목적으로 한다면, 여성 전용 주차장, 여학생 전용 휴게실, 여성 전용 지하철 칸등, 소위 “여성 전용”이 붙은 공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이는 여성이 남성을 잠재적 위험으로 규정하고 배제하려는 시도가 아닐까? 물론 남성들이 잠재적으로 여성들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기 때문에 “여성 전용”이라는 공간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명분에는 동의한다. 그런데 이 때 “여성 전용”의 공간에서 배제되는 남성들은 연령, 직업, 교육 정도를 특정할 수 없다. 반면에 펜스룰을 칠 수 있는 남성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펜스룰을 칠 정도로 남녀 성비가 고른 직군이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공장이나 건설현장, 버스 운전 등의 직군에서 펜스룰을 칠 수 있을까? 따라서 남성들 가운데 고학력이 필요하고, 고수입이 보장되는 일부 직군에서만 펜스룰을 가동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페미니스트들은 “여성 전용”을 통해 별별 놈팽이 같은 남성들이 접근하는 일을 차단하는 것은 괜찮지만, “펜스룰” 때문에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상층 계급에 해당되는 남성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되는 것은 문제가 된다고 인식하는 셈이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신의 자식은 병역의 의무를 짊어져야 한다고 한다. 게다가 이제 군복무는 명예가 아니라 노예의 상징으로 취급당하기 십상이다. 알량한 심정적 보상조차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댓가가 사라진 자리에는 분노가 쉽게 들어서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분노의 화살은 여성 징병 청원으로 날아왔다. 이에 대해 아래 《시사인》의 기사는 여성 징병제 주장이 자신의 고통을 남에게 전가하는 사이코패스와 같은 행위라고 손가락질 한다. 여성 징병에 대한 주장이 여성도 남성처럼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면서 육체적 고통을 느끼고, 성차별은 정말 우스운 정도의 군대에 만연한 야만적 문화를 겪어야 한다는 숨은 저의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http://www.sisain.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30086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징병제 주장에 설득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여성 징병제 주장이 오로지 그릇된 욕망에서 제기되어 사방에서 비난을 받아 마땅할지라도,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능력을 가졌다면, 저 논의는 설득력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어쩌면 이 기사도 이를 은연중 알아차렸기 때문이었을까. 남성들이 사실 원하는 것은 여성징병이 아니라, 여성을 2등 시민으로 낮춰보는 것이라고 관심법을 쓴다. 그런데 보통 남성들은 병역의 의무를 짊어졌다는 것 자체로 이미 2등 시민 취급을 받고 있다. 페미니스트들이 여성 징병 청원이 나도 당했으니 너도 당해보라는 식의 유치한 논의라고 일축하는 것 자체가 본인들은 보통 남자들과 같이 사회 밑바닥에 서기 싫다는 것을 보여준다. 


평범한 남성들이 사실상 2등 시민 취급을 받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페미니스트들은 아마도 “모든" 남성들은 가부장제 덕분에 여성에게 마음껏 권력을 휘둘러 왔다고 반박할 것이다. 그런데 “가부장”, 즉 한 집안의 가장이 되기 위해서는 결혼을 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따라서 경제적 여건이 안 되어 결혼을 포기하는 많은 남성들은 가부장제의 시혜자가 될 수 없다. 



필자는 결혼이야말로 유일하게 허락된 성매매라고 생각한다. 여성들의 성상품화를 멈추라고 하지만, 남자의 경제적 조건이 결혼의 최우선 순위가 되는 이상, 이는 실현 불가능한 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부유한 소수의 남자들만이 자신이 찾은 짝과 결혼할 수 있다면, 그들은 여성들의 조건을 저울질 할 권력을 획득하게 되며, 너무나 당연하게도 그들이 원하는 여성은 아리따운 현모양처일 것이다. 이른바 페미니스트들이 비판하는 가부장제가 여성을 우겨 넣은 코르셋이란 남녀 관계가 거래가 아닌 진정한 사랑으로 맺어질 때나 비로소 해체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페미니스트들이 아무리 가부장제와 성상품화 비판을 해도 남녀 관계의 본질이 혁명적으로 변하지 않는 이상 도로아미타불에 지나지 않는다는 소리다. 그런데 문제는 가난한 남정네들이 그들의 쏜 유탄에 맞는다는 것이다. 이가 없으니 잇몸으로 씹겠다는 심정으로 가상세계의 여인들과 데이트를 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이 성상품화라는 비판을 받게 된다. 결혼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은 문제없지만 야동 구매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심지어 평범한 남자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취미인 게임에서도 매력적인 아낙네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가는 추세이다. 한 때 시대를 풍미했던 이 분도 F1에서 레이싱걸이 퇴출되는 요새같은 분위기라면 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현실에서 많은 여성들이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으며, 심지어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당한다는 지적에는 십분 공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주장이 평범한 남자들에게 들어먹히지 않는 까닭은 그저 페미니스트들 말대로 그들이 가부장제 아래에서 누리던 권력을 상실하기 싫어서일까?  아니다. 그들은 평범한 남성들을 안중에 두지 않거나, 심지어 가끔씩 악의 축으로 몰아 가기 때문이다. 이런 지경임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스트들이 평범한 남성들에게 페미니즘에 공감해야 한다고, 그리고 앞으로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공감을 대의 명분으로 내세운 페미니스트들이 평범한 남자들의 신세를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공감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와중인데 과연 남초 커뮤니티가 페미니스트들의 말에 귀를 귀울일 수 있을까. 오히려 여성혐오를 부추길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악성으로 전락한 사교육, 역습의 기회를 노리는 공교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