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세간잡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목란 바라기 Dec 17. 2018

20대 남성들이 문재인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한 까닭은

말 한 마디로 천 냥 빛을 갚는다


나는 소위 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을 지지하는 부류이다. 왜냐하면 각론을 보자면 말도 많고 탈도 많아도,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면 한국이라는 나라가 정상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아마도 30대 중반까지, 노무현 대통령의 좌절과 사망, 그리고 이명박, 박근혜의 패악질을 목도했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만약에 이 경험이 없었더라면, 과연 문재인 대통령을 계속 지지할 수 있었을까. 아마 많은 20대 남성들은 이런 심리적 토대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국정 지지율이 최저치를 찍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빛을 갚는다고 했다. 


내가 태어난 해는 보도지침만 내리면 옆 동네에 무슨 일이 터졌는지도 깜깜 무소식이 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인터넷 눈팅만 좀 하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을 잡을 수 있다. 설사 선동질에 놀아난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병역을 마친 남성들을 군무새라고 비하하며, 여성 관련 범죄는 유죄 추정의 원칙을 부여하고, 게임에서 여캐들이 좀 훌렁 벗으면 성상품화라는 이유로 고나리질을 하는 페미니스트들에게만 귀를 기울이는 뽐새가 보이는데, 어떻게 반감이 들지 않겠는가? 이에 진보를 자처하는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가부장제적인 사회 구조를 좀 더 공부하세요.”


제선왕齊宣王이 하루는 제사때문에 도축되려는 소의 눈망울이 너무 가련해서 양으로 바꿨다. 그런데 주위에서 어차피 제사를 지내는데 소보다 싼 양으로 대신한 것은 쪼잔하지 않느냐고 하는 말을 들었다. 아마 오늘날 진보연하는 이들이 제선왕을 만난다면, 왜 제사라는 적폐를 아예 없애지 않느냐고 따졌을 것이다. 하지만 맹자는 제선왕의 일화야말로 사람다운 세상을 만드는 첫걸음이라고 하였다. 왜냐하면 적어도 희생되는 소를 보고 마음이 쓰렸기 때문이란다. 반대로 이는 어떤 사회 이슈라도 자신의 일이 아니면 잘 마음이 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아 가부장제적인 사회에 대해 공부하는 것을 마치 자신의 일인양 여기는 남성들이 얼마나 있을까? 사실 공부는 돈과 시간이 있는 유산 계급이나 할 수 있는 법이다. 십 여 년 전 호주에서 매일 접시를 닦으면서 공부할 시간도 일종의 사치재임을 처절히 느꼈었다. 이런 사회 구조도 이해 못하면서 오히려 사회에 대해 공부하라고 하는 모습이 참 별꼴이다. 나를 포함해서, 현재 한국의 페미니즘에 반감을 가지는 젊은 남성들에게 무엇이 더 피부에 와 닿을까. 여성혐오사회일까, 아니면 결혼 비용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강사법 개정안과 9회 1사 1루에서 들어온 싱커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