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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목란 바라기 Jun 16. 2019

중국의 언론 통제: 충언은 사라지고 사탕발림만 남았네

중공은 작년부터 중국의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마음대로 재창작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예컨대 스마트폰 AOS게임인《왕자영요》에서 초기에 출시된 영웅들은 관우, 장비 등 실제 역사 인물이었는데, 근래에는 심몽계, 요, 순산, 운중군 등 중국 신화 전설에서 발상을 빌려온 인물들을  주로 내놓았다. 또한 중공은 이제 자국 전통 소설의 재창작에도 간섭하기 시작했다. 저 유명한 중국 기환 소설《봉신연의》가 얼마전 상영 중지 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왜냐하면 은나라 마지막 왕인 주紂를 홀려서 망국의 길로 인도한 여우 달기가, 자신에게 반란을 일으킨 주나라를 돕는 선인들 가운데 한 명인 양전과 실은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원작을 재해석 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중공은 남자 아이돌들이 화장하고 염색하는 것이 청소년들로 하여금 진정한 남성성을 오해하게 만들고, 동성애나 성전환등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악영향을 끼친다고 하면서, 모두 머리를 검게 물들고, 심지어 어울리지도 않는 수염을 기르도록 명령했었다. 물론 중공과 같은 독재 체제가 자신의 권력 기반을 비판하는 문화 예술 작품들을 검열하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중공이 역사적 인물들의 재창작이나 연예 사업의 방향까지 지도한다는 것은 단순한 검열 차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주 전 6월 4일은 천안문 학살 3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리고 지난 주 홍콩에서 100만이 모여 범죄자 인도 조례 수정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중공은 당연히 관련 소식들을 차단했으며, 덕분에 네이버와 다음은 VPN를 사용하지 않으면 아예 접속할 수 없게 되었다. 한 편 페이스북 BBC 중국어판 페이지 등지에서는 친중공 네티즌들이 천안문 학살과 홍콩 시위는 서방의 악랄한 선동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에 대만, 홍콩 등지의 반중공 네티즌들은 중공의 인터넷 알바는 꺼지라면서 맞불을 놓았다. 양자의 키배를 보며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중공이 인터넷 검열을 해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친중공 네티즌들은 다수일까 아니면 소수일까? 중국 유학생들 서강대에서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를 마구잡이로 떼어냈으며, 미국에서 공부하는 홍콩유학생이 스스로를 중국인이 아니라고 선언했다가 다구리를 맞은 적이 있었다. 나한테서 천안문 학살, 홍콩 시위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도 별 반응 보이지 않는 중국인 와이프도 미국에 맞서 화웨이를 지지해야한다고 하니, 현재 거의 모든 중국인들은 국수주의에 경도되어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작금의 중국인들은 누가 뭐래도 중공이 없었으면 우리가 이 만큼 잘 살지 못했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러므로 중공이 독재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굳이 표현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제한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중공에 반대하는 이들과 서방 언론들을 그냥 국가의 적으로 규정하면 중국인들이 알아서 외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공이 1989년 천안문 사건이 사실이라 밝혀도 이는 서방 제국주의의 마수에 정신이 병들어 버린 이들의 소행으로 조작해도 중국인들은 이를 믿을 공산이 다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공은 자신에게 눈꼽만치라도 불리한 소식은 모두 과도하게 여길 정도로 차단한다. 예전에는 중공이 이것이 전체 인민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채택한 방법이며, 기실 타국에서 들려오는 불리한 소식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적절히 대처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요새 생각이 좀 바뀌었다. 아마도 중공이 언론통제하는 까닭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고 하기 때문이 아닐까? 위에서 언급한 중공의 연예 사업 지도 역시 단지 시진핑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서 벌이는 일이 아닐까? 그러다보니 스스로가 왜곡한 신문을 진실이라고 믿는 지경까지 이르러 버린 것은 아닐까. 사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어하는 것만 듣는 것은 우리 주위에서도 흔히 일어난다. 예컨대 영어 유치원이 아무 쓸모 없다고 조언해도 많은 학부모들이 기어코 집안 기둥 뿌리를 박살내서 아이를 그 학원에 보낸다.


얼마 전 페북에 BBC에서 중공 주 영국 대사와 인터뷰한 내용을 올린 적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중공 대사는 중공이 홍콩 정부에 범죄인 인도 조례 수정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중국의 一点资讯 신문 앱에 기사를 전송하는 凤凰欧洲에서 이 인터뷰를 서양 언론에게 정면으로 반격한 사례라며 보도하였다. 하지만 현재 홍콩 정부가 중공의 꼭두각시라는 걸 만천하가 다 알며, 홍콩에 사는 반중공 지식인들이 중국으로 납치되기 까지 한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범죄인 인도 조례 수정 작업에 중공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은 정말이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凤凰欧洲는  저 주 영국 중공대사의 주장에 매우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보도하였다. 지금 웬만한 홍콩 관련 소식은 검열삭제를 당하는데 凤凰欧洲가 보도한 인터뷰가 살아남았다는 것은 중공 스스로도 홍콩 정부가 내놓은 범죄인 인도 조례 수정안은 결코 자신들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인식했을 공산이 크다.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가 BBC에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위구르인과 다른 소수민족들을 사상 교화한다는 훈련소 취재를 허가한 적이 있었다. 근래 서방 언론에서 중국 정부가 위구르 족들을 강제 수용소에 구금하고 있다는 보도를 했었다. 그리고 중국 정부는 그곳의 존재를 더 이상 은폐할 수 없게되자 차라리 위구르 인들이 자발적으로 훈련소에 입소해서 교육받으러 왔다고 선전하기로 결정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BBC가 촬영한 소위 훈련소 내부와 위구르족 훈련생들이 받는 교육을 받는 모습은 영락없는 강제 교화 수용소였다. 즉, 중국 관리는 자발적인 교육과 강제적인 교화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 하게 된 것이다. 아마도 강제적인 교화를 자발적 교육이라고 계속 선전한 나머지 자신들조차 둘을 헷갈리게 되었기 때문이리라. 뿐만 아니라 그 소위 훈련소의 담당자는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자들을 입소시키는 것이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당당하게 인터뷰를 하였다.  https://www.facebook.com/BBCnewsKorean/videos/336897190544442/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요새 미국이 화웨이를 제재하고 구글등 유수의 기업이 동참하자, 중공은 스스로의 기술로도 충분히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는데, 이게 허세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진실로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은 아닐까. 또한 저번에 중국이 저번에 미국에게 도를 얻은 이는 도움이 많고, 도를 잃은 이는 도움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보기에는 헛소리에 불과하지만, 그네들은 정말로 다른 나라들이 중국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미 제국주의를 타도하는데 도와줄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현상에 대해서 토스토예프스키는 《죄와 벌》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기들이 만든 거짓말을 신봉하고 있다는 게 더 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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