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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의사 나종호 Mar 05. 2022

멈춰있는 시곗바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바라보며

악몽이 심해졌어요. 전에는 한 달에 한두 번 꼴로 꾸던 게 지난주부터는 매일같이 찾아와요.


대서양 건너편의 전쟁은 가뜩이나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인해 지쳐있던 전 세계인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가 치료를 맡고 있는 전역군인들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대부분 아프가니스탄, 또는 이라크 전, 멀게는 걸프전이나 베트남 전에 참전하여 PTSD를 앓고 있는 환자들은, 한층 심해진 증상에 힘들어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출처: Forbes)

트라우마를 떠올리는 기억을 마주하면, PTSD 환자들은 마치 트라우마의 현장을 다시 살아가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오징어 게임>에서 모든 경기를 마친 성기훈이 지하철 역에서 딱지치기를 하는 요원을 우연히 다시 만났을 때처럼 말이다.

<오징어 게임>의 성기훈의 시계 또한, 멈춰있는게 아닐까(출처: 넷플릭스)

중증 PTSD 환자들의 시계는  트라우마의 시점에 멈추어있다. 보훈병원에서 환자들을 봐온 지난 5 , 나는 전쟁의 참혹함을 간접 체험할  있었다. 실제로,  전역군인들의 자살률은 민간인들의 자살률의 두배에 이른다(한국 전체 자살률과 유사한 수치를 보인다).


PTSD에 대한 기록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한다. 인류의 역사에 전쟁이 빠진 적이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는 물론이고 기원전 1300년 전의 메소포타미아의 전사들에 대한 기록에서도 PTSD 증상이 묘사된다.


인류 문명은 지난 수천 년간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다. 하지만 마치 12시간마다 반복되는 시곗바늘처럼 되풀이되는 비극적인 역사에 슬플 따름이다. 그리고 그 트라우마의 기억을 안고 평생을 살아가는 것은 (주로) 혈기 넘치는 젊은이들이라는 사실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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