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했습니다.
<이 글은 '극단적 선택'이란 용어에 대한 논의입니다. 보도 원칙에 따라 모든 기사 헤드라인에는 '사망'이라는 표현을 쓰는게 맞습니다. 본문에서도 가급적 '자살'이라는 단어는 피하는게 좋습니다. 제 주장은 '극단적 선택'이란 용어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일 뿐, '자살'이라는 용어를 아무렇지 않게 편하게 써야한다는 주장은 아니라는 점 명확히 하고 싶습니다.>
https://youtu.be/YhM8c0fZHXc
오래전부터 교수 임용이 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이 바로 자살을 '극단적 선택'이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는 칼럼을 한국 언론에 기고하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칼럼보다 책을 먼저 내게 되었고, 아쉽게도 칼럼에 들어가야 할 내용은 책의 한 꼭지를 차지하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어요. 그리고 책을 내자마자, ‘김지수의 인터스텔라’의 김지수 기자님과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는 제가 책 홍보를 하려고 인터뷰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기사가 나오고 나서야 깨달았어요. 기자님이 뽑아주신 헤드라인 -- <자살, '극단적 선택' 아냐, 정확히 호명해야>-- 이 바로 제가 책의 성공보다 더 원하는 것이라는 걸요. 인터뷰가 기사로 나온 직후,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저같이 인지도 전혀 없는 사람에게 한국에서 가장 유명/유능한 두 명의 인터뷰어와의 인터뷰들보다 더 제 의견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창구가 있었을까요. 지금 생각해도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https://news.v.daum.net/v/20220720094211204
저도 이 이야기를 계속하는 게 썩 즐거운 일은 아니에요. 오히려 불편하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아요.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을 합니다. 부디 불편한 제 얘기들이,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 중 하나인 '자살'에 대한 의미 있는 담론으로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아마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계속 사용되겠죠. 그리고 제 의견에 동의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해요. 방송에서도 거듭 말씀드렸듯이, 중립적이지 않은 용어로 우회해서 부르는 것이, 자살을 예방하거나 줄일 수 있다는 어떠한 근거도 없습니다.
저는 레지던트 2년 차 때, 사랑하는 동기를 자살로 잃었어요. 단 한 번도 그녀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 적 없고, 단지 끝까지 질병과 맞서 싸웠던, 용감했던 모습만을 기억할 뿐입니다. 그녀를 위해서라도 -- 비록 계란으로 바위 치기일지라도 -- 저는 계속 묵묵히 제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어느덧 책이 나온 지 8주가 되었네요. 이제 정말 모든 공식 일정이 끝났습니다. 저는 두 달 간의 짜릿한 일탈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려 해요. 오랜 꿈이던 출간을 한 것, 제 책을 사랑해주신 분들을 만나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다 잊지 못할 시간이 될 것 같아요. 저는 다시 제 앞의 환자분들, 그리고 연구에 매진하면서 내실을 다지겠습니다. 간간히 글도 쓰구요. 그동안 부족한 제 책을 분에 넘치게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큰 절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