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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의사 나종호 Sep 27. 2021

그래도 다행이에요, 살아 있어서

벨뷰 병원에서

벨뷰 병원의 당직을 서던 레지던트 2년 차의 어느 밤, 환자를 보기에 앞서, 의무 기록을 읽기 시작했다. 환자는 60대의 남성으로, 최근 총으로 자살 시도를 했던 환자였다. 간단히 환자의 정보를 파악한 후에 환자를 만나러 병실에 들어갔다.


그는 누워서 창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멀리서 보아도 왜소하고, 매우 마른 외양이 눈에 띄었다. 60대라지만, 겉보기에는 70대, 혹은 그 이상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나이가 들어 보였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눈치챘는지, 그는 서서히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느 정도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접한 그의 외양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는 오른쪽 얼굴의 많은 부분이 손상되어 있었다. 오른쪽 광대뼈 부분과 코 부분이 특히 심했는데, 한눈에 보이는 커다란 구멍이 얼굴의 표면과 뼈에 나 있었다.

 

하지만 환자 앞에서 충격받은 척을 할 수는 없었다. 그의 병상 옆 의자에 앉았다. 그는 크게 말을 하기가 매우 힘든 상황이었다. 총상의 후유증으로 목소리도 거의 나오지 않다시피 했고, 통증이 심각했기 때문에 나의 질문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도 같았다.  

 

여러 가지 질문들에 그는 고개를 젓거나 끄덕이는 방식으로 의사표시를 했다. 그에게 물었다. ‘지금 살아 있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말이다.

 

그는 처음으로 속삭이듯, 조용한 목소리로 내게 대답했다.

 

그래도 다행이에요. 살아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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