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맨을 만나다
벨뷰 병원 정신과 응급실에서 처음 근무하던 때였다. 사람들이 웅성이며 속삭이기 시작했다.
“비둘기 맨이 온대, 들었어?”
맨해튼의 대표적인 공원 중 한 곳인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한 젊은 남자가 살아있는 비둘기들을 잡아서 비둘기의 목을 뜯어먹은 후 “나는 뱀파이어다!”라고 외치며 행인들에게 비둘기의 피를 뿌리기 시작했다. 겁에 질린 행인들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고 이내 그는 벨뷰로 연행되어왔다. 이미 메이저 방송사들을 통해 이 경악할 만한 사건이 보도가 되었기 때문에 응급실 사람들도 이 사건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다.
우연찮게도 그는 내 환자로 배정이 되었다. 나는 환자들과의 대화를 꽤나 잘 기억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내가 정신과 의사로 일하면서 본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었음에도 정작 5년이 지난 지금, 그와의 인터뷰는 거의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왜냐하면 그는 내가 본 환자 중에 거의 유일하게 정신 질병이라고 할만한 증상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는 꾀병을 부리지도 않았다. 술이나 약물에 취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단순히 ‘심심해서’ 사람들을 겁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나에게 제발 자기를 입원시켜달라고 애원했다. 자기가 퇴원하면 동물 보호 단체 사람들로부터 집단 린치를 당할 거라고 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피해망상이 조금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동물을 죽이고도 죄책감을 전혀 못 느끼는 점 등을 보았을 때 반사회적인 성향도 있었을 것이다. 여하튼 그를 입원시킬 이유는 없어 보였다.
결국 우리는 긴 회의 끝에 그를 퇴원시키기로 결정하고 퇴원 절차를 밟는 중이었다. 그때, 한 노교수님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이렇게 언론에 보도된 환자들은 입원시키는 것이 더 안전할 것 같다고 조언해주셔서 그는 잠시 벨뷰의 입원 병동에 머물 수 있었다.
나는 이 ‘뱀파이어 사나이’와의 인터뷰가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흔히 위험하거나,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신 질환을 가졌을 거라고 지레짐작하곤 하지만, 정작 내가 정신과 의사로 일하며 목격한 가장 기괴한 행동은 정신 질환이 없는 사람의 몫이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