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세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T-Shirt Study라는 행동 실험이 1995년에 시행된 적이 있다.
스위스 생물학자인 Claus Wedekind는 44명의 남성들에게 며칠간 티셔츠를 입게 생활하고, 되도록 냄새 없는 비누와 제품들을 사용하기를 권유했다.
그리고 49명의 여대생들에게 각기 다른 남성들의 채취가 묻은 티셔츠를 주고 냄새를 통해 가장 끌리는 것을 임의로 선택하게 하였다.
여성들은 유전적(MHC genes)으로 가장 자신과 다른 남성의 티셔츠를 더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위 실험은 이미 쥐나 생선과 같은 동물실험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나타냈다는 점이다.
특히 쥐 실험에서는 어린 쥐일수록 같은 환경에서 자란 유사한 쥐들의 냄새를 더 선호하다가도 사춘기가 오면 자신과 완전히 다른 유전형의 개체를 더 선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003년에는 미국 전기화학 공학자인 Limb thims에 의해 재밌는 실험이 시행되었다.
유전 분석을 마친 83명의 개인을 대상으로 가장 성적으로 끌리는 대상과 덜 끌리는 대상을 투표하게 하였다.
그 결과, 평균적으로 자신과 동일한 위도 지역의 유전적인 선조를 가진 개인에게는 가장 성적으로 덜 끌리는 것으로, 자신과 위도 15도 차이가 나는 정도의 유전적인 선조를 가진 개인에게는 가장 성적으로 큰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래서 이를 "15 degree rule"이라고 불렀다.
과학자들은 이런 이유들을 후손들의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메커니즘의 일종으로 추측한다.
예를 들어 갑작스레 큰 병이 닥쳐 유전적인 취약성을 가진 개체들은 죽더라도 다른 유전자형의 후손들은 살아남을 수 있는 장점을 가질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관계의 선택과 선호는 절대 이성적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위 실험처럼 우리가 전혀 의식하지도 못하던 유전적 요소에 의해서도 관계의 선택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관계는, 어쩌면 그 시작부터도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까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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