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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의학신문 Apr 30. 2018

강박증-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

[정신의학신문 : 홍종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싱글족이 늘어나며 각종 방송에서 혼자 사는 연예인의 삶을 보여주기 시작했는데, 몇몇 연예인이 지나치게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결벽증’, ‘강박증’이란 단어가 방송에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여기서 '결벽증'이란 진단이 다소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결벽증'을 오염과 세균에 대한 병적인 공포증이라고 정의를 한다면 '특정 공포증'으로 진단할 수도 있겠으나,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결벽증' 환자의 모습은 '강박증의 특정 타입'으로 보는 것이 옳습니다.
 

사진_픽셀

 
강박증은 영어로 Obsessive Compulsive Disorder입니다. 약어로 OCD라고 합니다. 영어 사전을 살펴보면 'Obsession', 'Compulsion' 모두 '강박'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Obsession'은 '고민', '관념', '생각', 이런 단어들이 같이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즉, 강박증은 Obsessive thought(강박사고)와 Compulsive behavior(강박행동)로 이뤄진 질환입니다.
 

많은 사람이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을 착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강박증은 다음과 같이 이해하면 됩니다.

1단계 : 나는 의지와 상관없이 특정한 생각이 떠오른다. → 강박사고
2단계 : 이 생각이 나면 불쾌해지거나 불안하다.
3단계 : 그래서 나는 이 불쾌감, 불안감을 감소시키기 위해 특정 의식을 치른다. → 강박행동
4단계 : 이 행동을 하면 불쾌감, 불안감이 줄어든다.
 

중학생인 A 양은 집에서 뉴스를 보게 됩니다. 최근 여성 혼자 있는 집에 침입해 성폭행하는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뉴스 끝에 특별히 문단속을 부탁하는 기자의 코멘트가 있습니다. A 양은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우리 집 현관문이 잠겨 있을까?'
'내가 지금 확인하러 가는 사이에 범인이 침입하면 어떡하지?'

이 사건이 있고 난 뒤, A 양은 집에 있으면 수시로 현관문이 잠겼는지 확인해야 안심이 됩니다.
 

사진_픽셀

 
A 양은 ‘범죄자가 침입할지 모른다라는 강박사고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강박사고가 들면 불안감이 증가하게 됩니다. 그래서 A는 강박행동으로 현관문이 잠겼는지 확인합니다.그러면 불안감이 조금 줄어듭니다. A 양은 이런 불안감이 너무 싫습니다. 그래서 한 시간에 몇 번이고 현관문이 잠겼는지 확인합니다.
오염에 대한 강박증이 있는 환자 또한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부적 강화'라는 악순환의 과정을 겪게 되는 것입니다.
※ 부적 강화: 불쾌한 자극을 제거하기 위해 특정 행동 빈도가 증가하는 현상
 

강박증(특히 강박행동)이 꼭 눈으로 보이는 것만은 아닙니다.

고등학생인 B 군은 1년 전 어릴 때부터 자신을 길러 준 할머니에게 심한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꾸지람을 듣는 중 B는 '할머니 죽어버렸으면 좋겠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날 밤 B는 심한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그리고 '정말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어떡하나'하는 걱정에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생각을 떨치고 겨우 잠이 든 B 군은 아침에 할머니를 보자 다시 그 생각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어제 내가 한 생각 취소야, 취소야!'라고 외쳤습니다. 이렇게라도 해야 실제 일이 발생할 것 같지 않았습니다. 이후 B 군은 할머니가 조금이라도 아프면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해서 아픈 것 같아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자신이 너무 못된 아이 같다는 생각에 우울합니다.

B 군은 할머니와 관련된 상황에서 '할머니가 죽어버렸으면...'하는 강박사고가 있습니다. 이 생각은 B를 힘들게 합니다. 이 생각 때문에 할머니가 정말 돌아가실 것 같아서 늘 걱정을 합니다. B 군은 이 불쾌감을 피하고자 할머니와 마주치는 것을 피하거나, '내가 한 말 취소야'라는 생각을 반복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행위도 강박행동입니다.


강박행동이 B 군처럼 특정 생각을 계속하는 행위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환자가 직접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발견이 힘듭니다. 상당수의 환자가 성인이 된 이후 찾아와서 '어린 시절부터 증상이 있었는데...'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강박증을 앓는 환자들은 자신들의 증상과 관련된 ‘인지 왜곡’이 있습니다.

A 양을 보면, 특정 상황에 대한 위협의 정도를 실제보다 지나치게 높게 평가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조금이라도 확실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고, 혹시 자신이 뭔가 중요한 실수를 범하지나 않았나 싶어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것입니다.
B 군을 보면, 어떠한 상황에 대해 지나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쉽게 죄책감에 빠져들게 됩니다. B 환자의 강박행동은 할머니에게 위해가 생기지 않도록 막는 일종의 의식임과 동시에 자기방어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설명을 환자에게 하면, 늘 오고 가는 대화가 있습니다.

"그럼 마음을 고쳐먹으면 되는 건가요?"
"스스로 마음을 고쳐먹을 수 있으면 여기에 오셨을까요? 몸이 아픈 것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듯이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B 군의 예를 설명하면서 잠깐 언급했지만, 강박증 환자들은 우울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리고 소아강박증의 경우 틱장애와 매우 높은 연관성을 보입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강박증으로 진단될 당시 틱장애가 같이 있을 경우(공존율)는 20~38%, 평생 공존율은 26~59%까지 보고하고 있습니다. 성인 강박장애에서 평생 공존율 12~19%와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그리고 틱과 연관된 강박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많으므로 반드시 틱장애 동반 여부를 평가하고 이와 함께 치료해야 합니다.

※현재 연구 결과 강박증, 우울증, 틱장애는 의심되고 있는 유전적 원인 중 일치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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