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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의학신문 May 14. 2018

화를 잘 내는 사람은 무조건 분노조절장애일까?

[정신의학신문 : 최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최근 재벌가 총수의 3세가 광고업체의 직원에게 갑질을 했다고 하여 논란이 되었습니다. 이후에 그 3세의 행위로 여겨지는 녹음파일이 공개되었죠. 많은 사람들이 과격한 표현과 분노 폭발에 놀랐는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A. 저도 그 녹음 파일을 듣고 놀랐습니다. 그 정도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면 단지 표정만 변해도 아랫사람들이 긴장하고 당황하게 되는데요, 상황과 지위에 맞지 않게 과도하게 화를 내는 모습이었습니다. 순간적으로 분노를 참지 못하고 폭발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단 화가 나게 되면 조절이 되지 않는 상태에 이르는 것 같아요.
 

사진_픽사베이

 
Q. 혹시 이른바 분노조절장애 증상 아닐까요?

A. 그분이 그렇다고 말하려면 전반적인 상황을 알아야 하니까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습니다. 때마침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작년 통계를 발표했는데요. 최근 분노조절장애로 진료받은 환자의 수가 늘고 있었음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Q. 살다 보면 화를 낼 때도 있잖아요. 그런데 내가 내는 화가 정상적인지, 아니면 분노조절장애 증상인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나요?

A. 먼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이용하는 진단기준을 살펴보죠. 재산손괴나 신체 손상을 동반하지 않은 육체 폭력, 또는 언어폭력이 최근 3개월 동안 1주일에 2일 이상 발생하거나, 재산손괴나 신체 손상을 동반하는 감정 폭발이 1년 이내에 3번 이상 발생한 경우라면 일단 분노조절장애를 의심해야 합니다.

이런 공격성이 심리적 상황이나 스트레스의 정도에 비례하지 않아야 합니다. 부연하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 화를 내거나 이유가, 있더라도 반응이 일반적으로 예상하는 정도를 넘쳐야 하지요. 이런 공격성 및 감정 폭발이 계획된 것이 아니고 계획적 목적 없이 일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병으로 인한 경우가 아닌 경우에 분노조절장애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Q. 화를 잘 내는 사람을 그저 분노조절장애라고 할 수는 없겠네요. 일반인들이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있겠죠?

A. 쉽게 말하자면 때와 장소와 사람을 가리지 않고 폭발하는 사람을 의심하면 되고요. 화가 나더라도 정도가 지나치고, 이런 행동이 다른 질병, 예를 들면 조울병, 조현병, 주의력 결핍 장애 같이 감정 조절 능력을 망가뜨리는 병으로 인한 것이 아닐 때 분노조절장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진_픽셀


 
Q. 그렇게 화가 나면 조절이 안 되는 경우 치료가 시급할 텐데 치료는 어떻게 하나요?

A. 원인에 따라 다르죠.
첫 번째로 폭력에 노출된 과거력이 있고, 이로 인해 폭력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진 경우는 심리 치료가 우선입니다.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자신이 분노를 느끼는 상황에 대해서 검토하고 생각을 바꾸는 훈련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행동 치료로 이완 요법, 명상 등을 배워서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되죠.

두 번째는 인격장애와 동반된 경우입니다. 분노조절장애가 생길 정도의 인격장애는 경계성 인격장애와 자기애적 인격장애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경계성 인격장애 환자들은 자신이 버림받는 것에 대해 극도로 예민한 사람들입니다. 이런 분들은 두려움으로 상대에게 화를 내는 경우입니다. 그래서 분노 속에 애잔함이 들어있습니다. '날 버리지 말아줘' 라는 마음과 '네가 날 버리면 난 어떻게 해' 이런 생각이 들어있지요. 순간을 잘 참고 들어주다 보면 이런 분들의 분노는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너무 자주 반복한다는 것입니다.

자기애적 인격장애는 조금 다릅니다. 이들은 자존심이 무너지는 것을 견디지 못합니다. 자신이 무너진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되거든요. 그래서 상대를 부숴버리려고 합니다. 상대가 부서지면 자신이 무너진 자존심이 조금 회복되는 것 같거든요. 이분들은 어떻게든 상대가 부서질 때까지 공격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변명을 할수록 더 분노에 차게 되고 잔인해지죠. 이런 경우는 "네, 제가 잘못했습니다."하고 엎드리는 것 말고는 답이 없습니다.

인격장애의 경우는 본인이 문제 인식을 하고 치료에 들어오면 조금씩 나아집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긴 하지만요.

세 번째는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입니다. 세라토닌의 농도가 떨어졌을 때 폭력성이 증가하는 성향이 관찰되었지요. 그래서 이런 부분의 연구와 치료제가 많이 나와 있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Q. 치료가 아주 어려운 건 아니네요. 그런데 이전에 화를 풀기 위해 펀치볼을 치거나 베개를 때리거나 이런 것이 권장되기도 했잖아요? 이렇게 다른 곳에 화를 푸는 것은 어떤가요?

A. 전에 ventilation(환기)요법이라고 해서 그런 것들이 권장되었습니다. 상사의 얼굴을 그리고 인형에 붙인 다음에 때리라고 한다든지 하는 것들요. 그런데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그렇게 하는 것이 화를 풀어주기보다는 화를 더 쉽게, 자주 내게 만든다고 합니다.
 

Q.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다르네요?

A. 아이오와 주립대의 Brad, Bushman의 연구에 따르면 화를 참고 견디는 훈련을 한 집단과 화를 내도록 권고받은 집단의 분노 표현을 비교해 보았더니, 화를 참지 않고 표현한 집단이 나중에 작은 자극에도 쉽게 화를 내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분노를 참지 않고 표현하면 이것이 훈련이 되고 뇌가 쉽게 화를 내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이는 단지 화를 내는 장면을 자주 보기만 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즉, 가능하면 화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그런 것들을 보지 않는 것이 조절 능력을 증가시킨다고 하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가능하면 상황을 이성적으로 보고 분노를 삭이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합니다. 화를 내는 것은 정말 중요한 갈등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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