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 가능한 단점인가
“삼촌, 신축 아파트는 단점이 없나요?”
“뭐든 장점만 있을 수는 없지. 이 삼촌에게도 네가 찾지 못했을 뿐, 단점이 하나 정도는 있을 거야."
"삼촌 단점이요? 지금부터 읊어도 개학 전까지 마치지 못할 것 같아요."
"아~아아아~~~ 안 들린다~~~. 흥~됐고! 아파트의 단점 말이지? 일단 무엇보다 개성이 부족해. 오죽하면 ‘닭장’이나 ‘성냥갑’이란 별명이 있겠니? 천편일률적인 구조 때문에 생긴 불명예스러운 별명이야. 이에 건설사에서도 평면과 인테리어 옵션을 다양화하고, 특화된 배치와 조경으로 단지별 개성을 부여하고 있어. 공동주택이라는 규격화된 틀 안에서 차별화를 위한 나름의 애를 쓰고 있는 거지.”
“라이프 스타일이 다양해지니 아파트도 진화를 꾀하는군요. 다른 단점은 없어요?”
“편리한 만큼 관리비가 많이 나오지. 아름다운 조경이나 편리한 커뮤니티 시설, 쾌적한 청결상태 등이 그냥 이뤄지진 않겠지? 다 돈이 든단다. 그리고 ‘공동’ 주택인 만큼 내가 효용을 느끼지 못하는 시설이나 서비스라 해도 비용은 공동 부담해야 할 거야."
"아파트 1층 주민들도 엘리베이터 관련 유지비용을 내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렇지. 엘리베이터가 있어 건물 자체의 가치가 상승하고, 그렇게 상승한 가치는 1층 세대에도 반영되고 있으니까. 물론 1층과 그 외의 층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분담을 논의할 필요는 있지만 말이야."
"그렇겠네요. 주민 별로 커뮤니티 시설의 이용빈도가 차이 나는 것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겠어요. "
"그렇지. 내가 수영을 전혀 못해도 단지 내 수영장 관리비의 공동 부담 의무가 있는 셈이지. '수영장 있는 아파트 단지'라는 프리미엄이 존재하니까. 아파트의 다른 단점으로는 초기 입주 아파트의 정보의 비대칭 문제도 있겠다.”
“정보의 비대칭이요? 그게 뭔가요?”
“이해 당사자 간에 가진 정보의 양이나 질에 차이가 있는 상황을 말해. 아무래도 건축이나 토목, 조경, 전기 등의 영역은 일반 소비자가 자세히 알기 어렵겠지? 만약, 업체 측에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사 기간을 기준보다 더 단축하거나 품질 기준에 미흡한 자재를 사용해도 그 집에 입주할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렵단 말이지. 정보의 비대칭 문제가 비단 아파트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가격이 비싼데다 통상 대기업 브랜드를 달고 있는 만큼 배신감이 더 큰 것도 있어.”
“그렇겠네요. 까딱하다 부실공사가 될 수도 있겠어요. 실제로 큰 사고도 몇 번 났었잖아요.”
“한창 공사 중인 현장이 무너지거나, 입주를 앞둔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이 붕괴되는 황당한 일도 있었지. 심지어 그런 사건 사고가 터지는 와중에도 일부 공사 현장에서는 폭우 중에 콘크리트 타설을 하는 등 부실 공사 현장 사진들이 인터넷에 떠돌아 화제가 되기도 했어."
"정말 어떤 의미로 대~단하네요. 뭔가 대책이 필요한 거 아니에요?"
"이에 국토교통부나 소비자보호원이 건설사 별 하자 판정 건수나 소비자 민원 건수를 발표하는 등 정보 비대칭에서 기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지. 게다가 준공 이후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에도 정보의 비대칭 문제는 있어. 매도자는 집을 잘 팔기 위해서 기존 집의 하자를 쉬쉬하는 경향이 있거든. ”
“살아보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정말 쉬운 게 없네요. 얼마 전에 층간 소음 때문에 싸움이 났다는 뉴스도 봤어요.”
“층간 소음 문제도 심각한 이슈지. 발뒤꿈치로 큰 소릴 내며 걷는 것을 일컫는 ‘발망치’ 같은 신조어가 나타날 정도야. 보복을 위한 우퍼 스피커도 꽤나 팔린다니 참 씁쓸한 일이지.”
“헉, 그 정도예요?”
“물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대책도 나오고 있어. 소음 허용 기준을 보다 깐깐이 한다거나 층간 흡음재의 사용을 늘리는 식으로 말이야. 그럼에도 소리의 발생을 완전히 막기는 힘들어. 실내에서 뛰지 않고, 카펫을 깔거나 슬리퍼를 신어 충격을 흡수하고,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는 밤이나 이른 새벽에는 최대한 소음을 일으키지 않는 매너가 필요해. 공동주택이 주는 편리함이 큰 만큼 지켜야 할 책임도 있는 셈이지.”
“맞는 말이에요. 저희 학교에도 층간소음 때문에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으로 이사 간 친구가 있어요.”
“심각한 문제들이긴 한데, 아파트가 장점이 워낙 많아서 일부 단점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많은 이유를 알 것 같아요.”
“그래, 인구가 극도로 밀집된 수도권에 정말 ‘찰떡’인 주거 형태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 정국이 ‘한류’라는 단어 알지?”
“당연히 잘 알지요. 음악이나 영화, 드라마, 음식 등의 한국 문화가 인기를 끌면서 전 세계로 전파되는 현상이잖아요. 저랑 이름도 같은 정국이 형이 있는 ‘BTS’랑 제가 가장 좋아하는 ‘뉴진스’도 있고, ‘기생충’, ‘오징어게임’도 있고요. 그런데 갑자기 한류는 왜요?”
“아파트 분야도 한류 바람이 불고 있대.”
“아하, K-드라마와 K-팝의 인기로 각종 매체에 한국식 아파트 노출이 빈번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겠어요.”
✪ 흥미 충전 - 한류의 바람을 탄 아파트
위 아파트는 한국이 아니라 베트남 하노이 남쪽에 위치한 하동 신도시 지역에 지어진 [하동 힐스테이트] 아파트입니다. 타워형 아파트가 일반적인 베트남에 한국식 판상형 아파트가 꽤나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네요.
✪ 흥미 충전
- ‘판상형’과 ‘타워형’
판상형 아파트는 소위 성냥갑 모양이라 불리는 -(일) 자의 납작한 형태의 아파트로, 1970년대 ~ 2000년대까지 지어진 대부분의 아파트가 판상형입니다. 보통 남향으로 주실(거실 창)을 배치하며, 남북방향으로 양방향 창이 있어 맞바람이 통해 환기나 통풍에 용이한 구조입니다. 건축비가 타워형에 비해 저렴한 장점도 있지요.
다만, 외관이 단조로워 도시의 미관을 천편일률적으로 만드는 주범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동 간 거리가 너무 가까우면 일조권, 조망권 확보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타워형 아파트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판상형과 달리 다양한 모양과 다양한 향으로 건설(동, 서, 남서, 남동, 북동, 북서)이 가능해 조망권 확보에 유리합니다. 맞바람이 통하기 힘든 구조로 인해 강제 환기 시스템이 적용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판상형과 타워형의 장점을 결합한 아파트가 일반적으로 지어지고 있습니다.
- ‘3 베이’와 ‘4 베이’
‘베이’는 기둥과 기둥 사이의 공간을 뜻하는 건축 용어입니다. 판상형 아파트에서 거실 창이 있는 발코니 쪽을 아파트 전면이라 할 때
전면 쪽으로 창문이 있는 방이 2개인 곳은 3 베이(거실, 방 1, 방 2),
전면 쪽으로 창문이 있는 방이 3개인 곳은 4 베이(거실, 방 1, 방 2, 방 3)라 하지요.
만약, 전면 발코니 쪽으로 방이 1개만 있다면 2 베이고요.
통상 베이 숫자가 클수록 채광이 우수하기에 선호도가 높습니다. 더불어, 베이의 수가 많을수록 집이 가로로 길어질 수밖에 없어서 신축 아파트는 구축 아파트에 비해 납작한 모양인 경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