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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빵 Sep 04. 2023

선호 지역의 아파트

비호감이 호감이 되는 마법



“그럼 지금까지 삼촌이 가르쳐 준 내용을 정리해 보면 새 아파트이거나,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통해 새 아파트가 될 가능성이 높으면 비싸다는 의미네요. 그 말은 어찌 되었든 새 아파트면 무조건 인기를 끈다는 건가요?”      


“세상에 '무조건'이 어디 있겠어. 신축 여부도 중요하지만 입지나 주변 환경 역시 중요한 포인트야. 예를 들어, 근처에 전철역이 있으면 ‘역세권’이라고 해서 인기가 훨씬 높아진단다. 진학 성적이 좋은 학교, 잘 발달된 학원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도서관, 공원 등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시설이지. 강이나 바다, 숲 등 자연경관이나 도시 경관이 잘 보여 뷰가 좋은 아파트도 인기가 좋고, 요새는 스타벅스나 맥도널드처럼 사람들이 좋아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인근에 있는 아파트를 선호하기도 해.”         


"가까이 있으면 여러모로 좋은 것들이네요."

                        


* 역세권: 전철역이 주변에 있어요

* 슬세권: 주요 편의시설이 슬리퍼 신고 갈 거리예요.

* 초품아, 중품아: 학교를 ‘품은’ 아파트. 단지와 같은 블록에 초등학교, 중학교가 있는 아파트를 의미해요.

* 스세권, 맥세권: 스타벅스, 맥도널드가 주변에 있어요.

* 백세권, 몰세권: 백화점, 쇼핑몰이 주변에 있어요.

* 공세권, 숲세권: 쾌적한 공원, 숲이 인근에 있어요.



“이렇듯 주변 환경이 아파트의 인기, 바꿔 말하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보니 공원이나 도서관, 문화센터처럼 대중에게 선호되는 시설을 본인 아파트 근처로 유치하길 원하는 경우가 많아. 반면, 집값 상승에 득 될 것이 없는 쓰레기 처리장이나 송전탑 등은 기피해 주민들 간, 지역 간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단다."

      

“선호시설이나 기피시설이나 어딘가는 생겨야 할텐데 주민간 힘겨루기 양상이 될 수도 있겠어요. 대단지 아파트는 총 주민 수도 많으니 그 힘도 세겠네요.”     


“그래. 5천 세대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한 세대 당 세대원 수를 2명씩만 잡아도 10,000명에 달하니 그 힘이 어마어마하지. 국회의원이나 시의원, 구의원도 다음 선거 때 주민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대단지 아파트 주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거야.”     


“다수가 밀어붙이니 꼭 필요한 시설이 생기지 못하는 경우도 있겠어요. ‘내 이익이냐, 공공의 이익이냐’… 참 어려운 문제 이긴 해요.”


"맞는 말이야. 조금 특이한 케이스에 대해서도 설명해 줄까? 사람들이 꺼리던 시설이 선호 시설로 탈바꿈한 경우도 있단다. 너 태어나기 전의 일이라 아마 모를 것 같긴 한데 혹시 난지도라고 들어봤어?"


"난지도요? 대동여지도 같은 지도 중 하나인가요?"


"거의 맞췄는데 아쉽네. 난지는 상암동 일대의 한강과 접한 지역의 이름인데 과거에는 한강과 지금은 흐르지 않는 샛강 사이에 있어서 섬이었대. 그래서 섬 도(島) 자를 써서 난지도인거지."


"아.. 지도랑은 전혀 상관이 없었네요. 저 놀리신 거군요!"


"흐. 암튼 이 난지도가 과거에는 쓰레기 매립지였단다. 1978년부터 서울시의 쓰레기를 매립했지. 서울 인구가 좀 많니? 그만큼 쓰레기도 엄청 나왔을 테니 난지도는 순식간에 거대한 쓰레기 산이 되었어. 쓰레기 부패가 심한 여름철에 바람이 불면 난지도의 쓰레기 냄새가 인근 지역은 물론, 강 건너 까지 퍼졌다 하니 난지도 주변은 당연히 선호하는 주거지역이 아니었어."


"당연히 그랬겠어요. 파리, 모기도 들끓었겠어요."


"그렇지. 그런데 반전이 생겨. 뚜둥"


"헉! 쓰레기 더미에서 희귀 보석들이 나오기 시작한 건가요?"


"앗! 보석은 아니고 토지 및 수질 오염이 너무 심해진 거야."


"그게 무슨 반전이에요. 쓰레기 산이니 당연히 그랬겠지요. 삼촌 지금 저랑 장난하는 거죠?"



1989년에 촬영된 난지도 쓰레기 처리장 / 서울사진아카이브



"계속 들어봐. 오염이 극심해지면서 1993년 부로 쓰레기 매립 종료와 함께 난지도의 안정화 작업이 시작되었고, 1998년에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가 공식화되면서 난지도의 공원화 (하늘공원, 노을공원)가 본격적으로 착수된 거야."


"잠깐! 쓰레기 산이 공원으로 바뀐 거예요?"


"그렇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공원은 대표적인 선호시설이잖니. 그러니 상암동 일대가 비선호 지역에서 선호 지역으로 변모한 것도 당연한 일이었겠지?"


난지도 공원화 계획에 따라 조성된 노을공원 캠핑존



"진짜 그렇겠네요, 쓰레기 매립 때문에 주변 개발도 어려웠기 때문에 월드컵 경기장을 지을 만큼 커다란 부지도 서울의 전방위적 개발 광풍을 피해 남아있을 수 있었겠어요. 큰 공원과 경기장 등이 있는 선호지역이 된 셈이니 삼촌 말대로 반전 인정! 그런데 그럼 지금은 쓰레기들이 다 어디로 가고 있는 거예요?"


"수도권 곳곳의 소각시설 외에 인천과 김포에 3개 광역자치단체(서울, 경기, 인천)의 쓰레기를 매립하는 4개의 초대형 매립장이 있어. 이미 매립이 종료되어 골프장, 승마장, 공원 등으로 활용 중인 곳도 있고, 매립 종료 후 안정화 작업 중인 곳도 있고, 한창 매립 중인 곳도 있단다. 쓰레기를 아예 배출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불필요한 포장을 최소화하고, 재활용에 더욱 신경 써야 한정된 공간에 매립할 수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벌 수 있겠지?"


"맞아요. 삼촌이랑 부동산을 공부하면서 부수적으로 도시의 변화, 역사, 사회 현상도 함께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그나저나 또 어떤 비선호 시설이 선호시설이 될 수 있는지 생각 좀 해볼래요! 이거 잘하면 부자각인데요?"


"...에휴"




     

경의선 폐선 부지에 조성된 경의선 숲길 공원. 공원 곳곳에 철로의 흔적을 살려두었다. 이 역시 비선호 시설이 선호 시설로 변모한 사례다.




당인동 화력발전소 지하화를 통해 지상부는 '마포새빛문화숲'이 되었다 / 서울특별시 시민기자 임중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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